[Ultimo Uomo] 아르테타는 축구를 어둡고 악의적인 게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작성자 정보
- 최강호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9 조회
- 목록
본문
아스날은 수비 전술에서 새로운 형태를 맞이하고 있다
조세 무리뉴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라커룸 터널에서 마르코 마테라치와 작별 인사를 나누던 순간, 그는 단순히 팀을 바꾸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사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그의 경험은 하나의 성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경기장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지셔널 플레이가 축구를 하는 유일한 방식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세의 신학자들처럼, 무리뉴는 하나의 논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명예와 정신적 안정까지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즉, 유럽에서도 포지셔널 플레이의 도구조차 사용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사명은 일종의 테러리즘이었다. 축구가 점점 더 깨끗하고, 조직적이며, 길들여진 형태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무리뉴는 땀과 피로 얼룩진 더러운 팀들을 만들고자 했다. 모든 전략은 정당했다. 수비 극단주의, 체계적인 전술적 파울, 심판에 대한 도발, 전과가 있는 선수의 영입, 그리고 전술적 건조함을 형이상학의 영역까지 밀어붙이는 것까지.
15년이 흘렀고,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조세 무리뉴는 패배했다. 그 사이 펩 과르디올라는 25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무리뉴는 단 8개에 그쳤다. 과르디올라는 챔피언스리그를 두 번 더 제패했지만, 무리뉴는 단 한 번도 그렇지 못했다. 오늘날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처럼 부유하고 강력한 구단의 벤치에 앉아 있는 반면, 무리뉴는 로마, 페네르바체, 벤피카와 같은 보다 낭만적인 선택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은 세계 클럽 축구의 최상위 트로피를 노릴 수 없는 팀들이다.
요컨대, 두 사람의 이념적 대결에는 명확한 승자와 명확한 패자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
오늘날, 전 세계 축구를 '축구적 테러리즘', 불안정화, 긴장의 전략을 통해 지배하겠다고 공언하는 팀이 있다. 그 팀은 조세 무리뉴가 다양한 위치에서 일관되게 이어온 원칙을 실천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특징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 팀의 이름은 아스날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팀은 아름답지만 결실 없는 축구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감독의 이름은 미켈 아르테타, 포지셔널 플레이의 대가 펩 과르디올라의 가르침 아래 성장한 제자다.
2016년, 미켈 아르테타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수석 코치로 부임했다. 그는 전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잉글랜드 무대에서 과르디올라가 거둔 성공을 곁에서 도왔다. 당시 아르테타는 펩의 성공을 이끄는 숨은 비밀 중 하나로 여겨졌고, 펩은 자신과 같은 경기 철학을 공유하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들로 주변을 채우는 데 능숙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오셀로가 자신의 곁에 있던 이아고의 배신을 눈치채지 못했듯, 과르디올라도 자신 곁에 내부의 적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훗날 자신을 필드 위에서 위협할 존재, 더 나아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배반할 자를 곁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르테타는 펩의 이아고였다. 아르테타가 아스날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우리는 아직 알지 못했다. 아니,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아스널에 공포의 체제를 세우며, 과르디올라의 철학을 뒤집고, 그 핵심 원리 일부를 흡수해 악의적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아르테타는 단순한 이아고가 아니다. 그는 차라리 사루만 같다. 본래는 가운데땅에 파견되어 사우론에 맞서 싸우기 위해 보내진 이스타리였지만, 결국 사우론과 손잡고 자신의 힘을 악을 위해 사용한 존재 바로 그 사루만처럼.
현재 아르테타의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1위, 챔피언스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들은 12경기에서 단 3실점만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실점이 0이다. 제로.프리미어리그에서는 9경기 동안 3실점 즉, 3경기당 1실점이라는 놀라운 수치다. 이러한 기록은 곧 그의 숨은 스승, 조세 무리뉴를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수준의 수비적 완성도를 찾기 위해서는 무리뉴의 '공포의 2년’이라 불렸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무리뉴의 첼시는 단 37골만을 허용했다. 그중 첫 시즌에는 15실점, 다음 시즌에는 22실점이었다.
분명히, 아르테타의 아스널은 모든 수비 지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대의 슈팅 수, 기대 득점, 실점 모두에서 최상위다. 아스널의 골문을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팀 전체가 마치 상대의 축구를 파괴하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같은 결과에 도달하고 있다. 그는 거대한 수비 요새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포지셔널 플레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활용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즉, 더 많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지 줄이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단순히 페널티 지역 안에 인원을 쌓아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대 이탈리아 수비 축구의 마법사들이 여전히 하는 것처럼 단순히 골문 방향의 공간을 좁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르테타의 테러리즘은 세련되고, 학문적이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절대적인 신중함으로 경기를 통제하며, 경기 내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완전히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철저히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수비하는 팀이지만, 흥미롭게도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한 뒤 만들어내는 슈팅 수는 평균 이하다. 즉, 그들의 압박은 공격적 도구가 아니라 억제의 수단, 상대를 질식시키기 위한 심리적, 공간적 억압 장치로만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아르테타의 철학은 세 명의 장군으로 미드필더를 구성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수비멘디가 낮은 위치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메리노와 라이스는 마치 레이저처럼 날카롭게 움직인다. 이 셋 중 누구도 혼란을 만들지 않고, 누구도 라인 사이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볼을 소유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존재들이다. 덕분에 아스널은 경기당 평균 약 6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에서 전환(트랜지션)을 완전히 차단한다.
즉, 경기를 ‘살균’하듯 위험 요소를 제거한 통제된 흐름으로 만든다. 그리고 페널티 지역에 들어서면, 그들은 마크하기 어려운 위협적인 존재들로 변한다. 특히 미켈 메리노는 헤딩 상황에서 가장 무자비한 선수 중 하나로, 경기 전날 훈련한 세트플레이 패턴을 정확히 실행해 득점할 수 있는 선수다.
그의 능력은 거의 가문의 전통 수준이다. 위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 또한 골키퍼를 넘겨 먼 포스트로 넘어가는 헤딩 기술에 특화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아르테타가 메리노를 영입한 이유일까? 과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만큼 아스널은 세트피스와 같은 세부 전술적 상황에서 경이로운 수준의 전문성과 정밀함을 가지고 있다. 아르테타의 근본적인 목표는 축구를 ‘억제의 전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프리미어리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트랜지션(공수의 빠른 전환) 축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 결과, 경기장은 ‘무’가 정교하게 구축된 공간이 되고, 그 완전한 정적의 순간 속에서 세트피스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축구가 나타난다. 이 철저히 계산된 축구는 아르테타의 충실한 동료, 세트피스 코치 니콜라스 조버에 의해 절정으로 다듬어졌다. 그는 독일 출신 코치로, 그의 세트피스 훈련 능력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탱크를 조종하던 하인츠 구데리안에 비유될 정도다. 언론에서는 그를 “마법사”, “전략가”라 부른다. 지난 시즌 아스날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19골을 기록했으며, 이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전술적 흐름을 만들었다. BBC의 분석에 따르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된 골 중 19%가 코너킥에서, 27%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각각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아스날은 이러한 통계 비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팀이다. 최근 3시즌 동안 아스날은 코너킥 상황에서만 37골을 기록했는데, 유럽 전체에서도 이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팀은 없다. 하지만 진짜 충격적인 수치는 절대치가 아니라 상대적 수치에서 나온다. 아스날의 공격 수치는 경악할 만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6골을 기록했음에도(리그 4위), 단 7골만이 오픈 플레이 속에서 만들어진 골이고, 나머지 9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온 골이다. 즉, 전체 골 대비 오픈 플레이에서 나온 골 비율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이며, xG 대비 오픈 플레이 속 골 비율 역시 하위권이다.
실질적으로 오픈 플레이 공격에서 아스날보다 적은 팀은 거의 없다. 아르테타는 아마도 ‘세계 최고의 리그, 프리미어리그에서 세트피스만으로 우승한다’라는 극단적 이상을 증명하려는 듯하다. 아직 언론에서는 그를 ‘기술중심적, 플레이어형 감독’로 분류하지만, 아르테타는 ‘악의 축’ 축구의 최대 예언자로 볼 수 있다. 모든 시각적 쾌감을 희생하고 결과만을 위해 축구를 구성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스타일은 전술적 단조로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슬림 핏 바지, 거친 재단의 코트 안에 입은 패딩, 모두 회색과 검정 계열의 옷, 지퍼를 내린 스웨터 아래 늘어진 티셔츠. 생각해보면 완벽하다. 오늘날 악이 실체로서 드러난다면, 마치 자라(Zara) 매장의 마네킹처럼 보일 것이다.
아스날의 수치를 보면 이 팀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이해할 수 있다. 너무 극단적이어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여전히 축구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오히려 이상한 형태의 풋볼처럼 보이거나, 상대를 단순히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압하며, 모든 움직임이 계획된 상황에서만 득점하는 스포츠처럼 보인다.
이런 냉철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스날은 비싼값을 치렀다. 2019/20 시즌부터 현재까지 거너스(Gunners)는 12억 5천만 유로를 투자했다. 총 손실액은 약 10억 유로에 달하며, 전 세계에서 이를 뛰어넘는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뿐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아스날은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만든다.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없고, 동시에 누구도 못한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아스날이 못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다. 오히려 2025/26 시즌 초반 기준으로 가장 효율적인 팀일지도 모른다. 여름에 이루어진 투자가 이런 지배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공격진의 큰 영입들 요케레스, 에제, 마두에케는 팀의 갑옷을 이루는 조각처럼 느껴진다. 아스날은 관성만으로도 승리하며, 이러한 승리들은 가장 강한 팀의 관료적 성공을 확인시켜준다.
아스날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존재한다. 즉, 돈과 경기 스타일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의미이다. 수년간 우리는 방어적인 축구가 팀 구성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재정이 강한 팀과 경쟁 격차를 줄이는 수단으로 방어적 전술을 택했다. 흔히 돈 있는 팀은 화려한 공격 축구를 즐길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스날은 경제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방어 축구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유럽에서는 무리뉴 시절 첼시 이후 보기 힘든 사례다.
더 나은 비교 대상은 2022/23 시즌 맨체스터 시티일 수 있다.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잔인할 정도로 효율적이고 균형과 통제를 집착하며 경기를 한다. 로드리의 중원 장악과 존 스톤스의 수비를 기억하면 알 수 있다. 아스날 역시 시티처럼, 방식과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팀이 추구하는 목표를 지향한다. 즉, 축구의 절대적 통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Statsbomb 자료 기준)
포지셔널 플레이의 디스토피아적 진화, 경직되고 포디즘적인 방식으로 개인 창의성을 억압하는 시스템이 아스날에서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 아르테타가 ‘부정적 신학자’로서 성공을 확립하기 위해 부족한 것은 바로 우승 타이틀이다. 그의 프로젝트는 이미 2021년부터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거의 10억 파운드를 쏟아부었지만 겨우 FA컵 하나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아스날이 이미 승리한 팀처럼 이야기된다. 아마도 이 팀의 모습이 극도로 실용적이어서, '무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확실한 것은 아스날이 올해 타이틀을 원한다면 단순한 수비 안정성과 코너킥 골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새로운 조짐이 보인다. 올해 아스날은 더 많은 로테이션과 공격적 옵션을 갖추었다. 선수층이 두텁고 창의적인 선수들도 늘었다. 에미레이츠 경기에서 아틀레티코를 상대로는 팀이 때때로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진 선수들이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난이도 있는 기술이 요구되는 플레이를 조율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특히 에제는 마지막 3분의 1구간에서 창의성을 발휘했는데, 이는 특히 외데가르가 부상으로 결장한 이 시기에 매우 중요하다. 드디어 철저한 조직력, 라이스의 탱크 같은 돌파, 실속없는 마르티넬리의 일대일, 메리노의 헤더를 넘어선 무언가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댓글들은 모두 “이건 세트피스 골이 아니다”라는 농담을 던지고 있다. 공격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아스널이 진정으로 트로피를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비적인 안정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갖춰졌지만, 팀은 때때로 지나치게 예술에 집중해 지난 시즌들 동안 결정적인 승리들을 놓쳐왔다. 몇 해 전부터 아스널 팬들은 〈Poison Lasagna〉(독성 라자냐) 라는 이름의 팬진(팬이 만드는 잡지)을 발행하고 있다. 매우 아름답고, 잘 꾸며진 잡지다.
2023년호의 한 표지에는 미켈 아르테타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위에 군림한 채, 사악한 약병에서 독성 액체를 쏟아붓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 와중에 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고 있다. 현실 속의 아르테타는 결코 웃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일러스트 속에서 그는 마침내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어둠의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로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아스널의 공격 전통을 역겹고 변태적인 것으로 왜곡한다. 물론 그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광경이다. 하지만 그게 언젠가 진정한 우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https://www.ultimouomo.com/arsenal-arteta-sta-trasformando-il-calcio-in-uno-sport-oscuro

![[Ultimo Uomo] 아르테타는 축구를 어둡고 악의적인 게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031/9099556844_340354_9d9c4f2974e6d295f517231b21c732dc.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