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하메드 살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아르네 슬롯의 이름이 안필드에 울려 퍼졌다.

 

 

 

후반 초반, 라이언 흐라벤버르흐의 슈팅이 굴절되며 골로 연결돼 리버풀이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리드를 두 배로 벌렸을 때도 비슷한 그림이었다. 이 골은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승리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슬롯 감독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온 지지의 순간은 전반 중반, 0-0의 팽팽한 균형 속에서 불안감이 감돌던 때였다. 도미니크 소보슬라이가 전방 높은 위치에서 공을 가로챈 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품에 힘없이 안기는 슈팅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직후였다. 리버풀의 서포터 '더 콥(The Kop)'은 실망감을 접어두고, 슬롯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목소리로 선언했다.

 

 

 

'단결이 힘이다(Unity is strength)'라고 적힌 한 배너의 문구처럼, 슬롯 감독은 끔찍했던 연패 기간 동안 심각하게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팬들의 지지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경기 후 슬롯 감독은 기자들에게 "구단으로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리고 분명히 나 또한 그 일부일 때, 선수들과 내가 받은 지지는 이 클럽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팬들은 당신이 특별한 순간의 일부였다면 잊지 않으며, 특히 어려울 때 당신을 돕는다. 나는 그들이 나를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팀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지지는 엄청났고, 이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버풀의 승리 후 관중에게 박수를 보내는 아르네 슬롯 감독

 

 

슬롯 감독은 리버풀에서의 첫 시즌에 구단에 20번째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기에, 그가 쌓아둔 신망은 두텁다. 그의 미래에 대한 의문은 리그 4연패로 리버풀의 타이틀 방어 여정이 궤도에서 이탈한 후 소셜 미디어에서나 제기되는 성급한 반응에 불과했다.

 

 

 

안필드 수뇌부 내에서는 지난 6개월간 그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이해만이 존재한다. 디오구 조타의 비극적인 공백을 수습하는 것부터 수많은 새로운 선수들을 팀에 적응시키는 과정, 그리고 부상 악재까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슬롯 감독 자신도 부정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주중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카라바오컵 경기에서 많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0-3으로 패배, 사실상 경기를 포기하면서 빌라전을 앞두고 압박감은 더욱 커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결과를 내야 했고,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확히 1년 전 주말, 리버풀은 하프타임에 뒤지고 있던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프리미어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당시 슬롯의 전술적 변화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 완벽하게 주효했고, 그들은 우승을 차지하는 내내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시즌 그들은 선두 주자 아스날에 승점 7점 뒤진 채 추격하는 입장이지만, 이날은 슬롯 감독이 중요한 승부수들을 적중시키며 승리 공식을 찾아낸 날이었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밀로시 케르케즈를 대신해 앤디 로버트슨이 시즌 첫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을 했고, 이는 리버풀이 모든 대회를 통틀어 11경기 만에 클린시트를 기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전반전에 빌라가 두 차례나 골대를 맞추는 등 리버풀에 운이 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빌라는 경기 내내 기대 득점(xG)이 0.41에 불과했고, 축구 통계 업체 옵타(Opta)가 정의하는 '결정적 기회'는 단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버질 반 다이크와 이브라히마 코나테는 로버트슨이 옆에 있자 확실히 안정적인 듯했다. 케르케즈의 시대는 오겠지만, 현재로서는 로버트슨이 레프트백 자리에서 더 강력한 옵션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수비적으로는 팀 전체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었고, 특히 코너 브래들리는 불안한 출발을 딛고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종종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지만, 이날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슬롯 감독은 "코너는 뛰어난 경기를 펼쳤다"며, "모두가 승리를 위해 정말 투쟁적으로 싸웠다.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고, 필요할 때는 전력으로 수비에 복귀했으며, 강한 압박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칭찬했다.

 

 

 

또한 "이제 코너의 과제는 스스로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이번 시즌 90분 풀타임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고, 이틀 휴식 후 다음 경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상으로 빠진 제레미 프림퐁의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래들리가 풀타임을 소화해준 덕분에, 소보슬라이가 후반전에 라이트백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추가적인 이점이었다.

 

 

아스톤 빌라의 뤼카 디뉴로부터 압박을 받으며 공을 몰고 가는 코너 브래들리

 

 

소보슬라이는 미드필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계속해서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시킬 수 없는 자원이다. 그의 왕성한 활동량은 후방 빌드업을 고집하는 빌라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이었다. 최근 리버풀은 보다 직선적인 공격을 펼치는 팀들을 상대로 고전한 바 있다.

 

 

 

8번의 경합 중 6번을 이겨낸 흐라벤버르흐의 부상 복귀는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이었고,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것과 더불어 긍정적인 신호다. 흐라벤버르흐는 입단 후 첫 87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3골을 몰아치고 있다.

 

 

 

리버풀이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플로리안 비르츠의 창의적인 번뜩임이 필요한 순간도 있겠지만, 검증된 우승 경험이 있는 미드필더진으로 구성했을 때 균형은 더 좋아 보였다.

 

 

 

최전방에서는 모하메드 살라가 올 시즌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르티네스 골키퍼의 끔찍한 실수 덕에 얻은 선제골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리그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이 전부는 아니다.

 

 

 

살라는 훨씬 더 경기에 깊이 관여했고, 더 활기찼으며, 더 투쟁적이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했고, 리버풀이 롱볼을 시도할 때 수비수들을 묶어두며 공격의 출구 역할을 했다. 뤼카 디뉴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살라에게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안 러쉬(346골)와 로저 헌트(285골)의 뒤를 이어 구단 역사상 단 세 번째로 250골을 기록한 선수가 된 것이다.

 

 

 

슬롯 감독은 "엄청난 기록"이라며 "한 클럽에서 250골을 넣는다는 것은 거의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좋았던 점은 그가 공격적인 역할만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팀에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골을 넣은 후 코디 각포, 코너 브래들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하메드 살라

 

 

우고 에키티케는 경기 종료 13분을 남기고 비르츠와 교체되기 전까지 단 15번의 터치에 그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헤더를 기록했던 그는 공이 없을 때의 성실한 움직임으로 팀의 기조를 잡았고, 팬들은 그의 투지에 화답했다.

 

 

 

리버풀의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온 경기 막바지, '더 콥'은 위르겐 클롭 감독 시절 초반에 즐겨 부르던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의 'Three Little Birds'를 떼창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 될 거니까(Don’t worry about a thing, ’cause every little thing gonna be alright)"라고 노래했다.

 

 

 

화요일에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가, 일요일에는 맨체스터 시티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승리가 진정한 전환점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빌라보다 더 까다로운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지만, 슬롯 감독은 효과가 입증된 청사진을 바탕으로 팀을 만들어나갈 기반을 다졌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769201/2025/11/02/liverpool-aston-villa-arne-slot-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