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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타] "왜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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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사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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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2133715641-1920x1452-1.jpg [풋볼리스타] "왜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왜 알레그리의 유벤투스는 '차마 보기 힘들었는가?"

 

한 독자로부터 도착한 이 질문은, 이탈리아의 웹 매거진 『Ultimo Uomo』에게 '축구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의 축구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결과주의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축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지침으로서도 흥미로운 이 논설은 (2023년 10월 20일 공개되었으며), 2024년 5월 해임 이후 1년간의 휴식기를 거쳐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가 밀란 감독으로 복귀함에 맞춰 특별 게재되었다.

 

2018년, 한 독자로부터 “왜 알레그리의 유벤투스는 '차마 보기 힘든가’?”라는 질문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 당시 유벤투스는 카디프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한 직후였고, 이과인, 디발라, 더글라스 코스타를 비롯해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었다. 그 시즌에도 유벤투스는 밀라노에서 인터 밀란에 끌려가다가 종료 직전 두 골을 넣어 역전승을 거두었고, 다음 날 피렌체에서 실망스러운 패배를 당한 나폴리와의 접전 끝에 세리에 A 7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GettyImages-952497646-1920x1313.jpg [풋볼리스타] "왜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세리에 A 전인미답의 7연패를 달성한 2017-18 시즌 35라운드 인터 밀란전에서, 디발라와 이과인에게 지시를 내리는 알레그리.

 

그 질문은 축구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폭넓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나는 그때, 축구에서의 아름다움이 단지 한 번의 개인적인 플레이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인 조화나 조직적인 플레이의 기능성 등 ‘집단적인 차원’까지 아우르는 것이라고 논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아니 지금이기에 더더욱 이 질문은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유벤투스의 경기를 보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는 않다. 결국 ‘유벤투스의 축구는 보기 괴롭다’는 의견에 나 또한 동의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축구 경기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 논의에서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건 바로 그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팀을 두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말할 때, 그건 무슨 뜻일까? 이건 결국 우리가 축구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한 경기를 지켜보며, 우리는 어떤 장면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라운드 위 22명의 선수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축구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복합적인 스포츠다. 90분 동안 결정적인 장면이나 슛, 골 같은 클라이맥스는 몇 번 나오지 않고, 그런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는 대부분 별다른 결과 없이 무의미하게 끝나버리곤 한다. 관중은 늘 긴장한 채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그 가능성에 집중한다.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우리는 그 긴장이 해소되는 극적인 찰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는 계속해서 이벤트가 펼쳐지는 스펙타클한 스포츠와는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인간의 몸 중에서도 감각이 가장 둔하고 공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발'을 사용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플레이의 정교함은 떨어지고 실수 확률은 높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조화롭고, 우리가 흔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장면이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축구라는 스펙타클을 즐기는 층은 단일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표팀이 빅 이벤트에서 경기할 때나 유럽 대항전 결승 정도에만 관심을 가지는 '라이트층'이 있다. 그리고 수적으로는 아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축구 팬들이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특정 팀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축구 그 자체를 좋아해 다양한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축구 팬들은 경기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선수들의 운동 능력, 신체 조정력, 창의성, 의외성 등이 발휘된 고난도의 플레이는 분명 경기를 아름답게 만든다. 하지만 팀 전술이라는 집단적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이는 단지 개개인이 아름다운 플레이를 펼칠 기회를 마련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 전체의 미적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 몇 안 되는 ‘클라이맥스의 순간’을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 희망과 두려움, 기대와 불안이 응축된 그 ‘기다림의 시간’의 질에도 전술은 깊이 관여한다. 명확하고 일관되며 의도적으로 실행된 전략과 전술은 이 ‘기다림의 시간’을 충실하게 만들고, 관객에게 더 풍부한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양 팀이 준비한 전략과 전술을 지켜보며 그 아이디어와 실행의 완성도를 느끼고 평가하는 것은 지적 즐거움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팀이 그라운드 위에서 우리 관중들의 기대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해방시키기 위한 하나의 정교한 메커니즘을 실현해나가고 있다는 감각을 안겨준다.

 

GettyImages-691929600-1-1920x1278.jpg [풋볼리스타] "왜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축구 전략에서 지배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비 전술이다.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이를 저지하는 행위는, 축구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클라이맥스의 순간들을 부정하고, 그것을 깎아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축구 팬이라면 효과적으로 준비되고 실행된 수비 전술을 관찰하면서, 그 논리와 작동 방식을 읽어내는 데서도 분명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수비보다는 공격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오며, 이 때문에 팀의 정체성을 수비에 둔 팀은 일반적으로 '보는 재미'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알레그리의 유벤투스

 

알레그리의 유벤투스로 이야기를 돌리자면, 그 내재된 팀 정체성이 수비, 그것도 매우 보수적이고 신중한 기준에 근거한 수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축구에서 수비 접근법은 다양하며, 축구처럼 매우 유동적이고 연속적인 스포츠에서는 수비 국면이 공격과 긴밀하게,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알레그리 유벤투스의 ‘리스크 회피’라는 신중함은 팀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순수한 수비 국면’, 즉 유벤투스가 상대가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이를 대응하는 방식이다. 알레그리의 팀은 수비를 공격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에 큰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하거나, 공을 잃은 직후의 균형이 무너진 상대에게 프레싱을 통해 역습을 시도하는 데 있지 않고, 오직 실점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충분한 경기 수는 아니지만, 유벤투스가 로우블록(자신의 박스 근처에 수비 라인을 두는 전략)으로 수비하는 그 신중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이미 확인되고 있다.

 

수비 액션의 평균 위치는 세리에 A 20팀 중 11위(평균 44.54m)이며, 상대 진영에서의 프레싱 횟수는 14위, 전체 프레싱 중 상대 진영에서 이뤄지는 비율은 16위에 불과하다. 유벤투스는 거의 항상 자신의 진영 깊숙한 곳에 컴팩트한 수비 블록을 구축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기본 전형은 [3-5-2]이기 때문에, 상대의 풀백에 대한 대응은 인사이드 하프가 담당하게 되며, 그 결과 최종 라인은 자연스럽게 5백이 되고, 팀 전체의 중심도 낮아진다.

 

때때로 [4-4-2] 포메이션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도 간격을 좁힌 두 줄 수비 라인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두고 수비하는 모습은 같다. 어떤 경우든 투톱은 수비 시 진영 깊숙이 내려와 두 줄 수비 라인 가까이서 상대 미드필더를 마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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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톱마저도 볼보다 아래 라인까지 내려와 매우 낮은 위치에 블록을 형성한 유벤투스의 [5-3-2]

 

유벤투스는 수비 시 깊숙이 내려서는 전략에 더해, 팀 전체와 개인 모두가 1대1 대결보다는 공간을 차단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 움직임을 보인다. 이로 인해 유벤투스의 수비 블록을 상대하려는 팀들은, 상대 진영 깊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여유 있게 공을 소유할 수 있지만, 페널티 박스 바로 앞과 내부는 고밀도로 봉쇄되어 있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유벤투스와 맞붙은 팀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한다(평균 84% / 단, 칼리아리, 제노아, 몬차만 유벤투스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 이는 볼 보유자에 대한 압박이 약하기 때문이지만, 페널티 지역 내부로의 패스 성공률에 한정하면 수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유벤투스가 허용한 박스 내부 패스는 90분당 평균 1.25회로, 세리에 A에서 세 번째로 적은 수치다.

 

이처럼 볼 보유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볼 탈취에 대한 의지가 낮은 형태의 수비 전략은, 수비 블록 바깥에서의 장시간 볼 점유는 허용하되, 위협적인 공간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 결과, 거의 정체되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수준의 경기 양상이 자주 만들어진다. 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집중력과 인내심이며, 이 모든 요소는 '매력적인 스펙타클'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수비 상황에서의 이 신중한 태도는, 조직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느낌의 압박에서도 드러난다. 유벤투스의 압박은 대체로 상대 선수 기준의 마크에 기반을 두지만, 플레이 선택의 중심에 '신중함'이 있다 보니, 상대 빌드업에 대해 수적 동등한 상황에서 압박을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공격 측은 후방에 선수를 한 명 더 내려서 수적으로 우위를 만들면, 유벤투스의 압박 기준점을 흐트러뜨리고, 수적·위치적 우위를 통해 하이프레스를 회피하고 공을 빌드업할 수 있게 된다.

 

 

유벤투스의 하이프레스는 빈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빠른 수비 전환을 통해 낮은 진형의 로우블록 수비로 전환되며 마무리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 빈도는 더 낮아지고, 결국 자진해서 진영 깊숙이 물러나 상대 공격을 준비하는 태도가 팀의 기본 수비 방식으로 굳어지게 된다.

 

PPDA(상대의 볼 점유 1회당 허용한 평균 패스 수)는 12.43으로 세리에 A 전체 14위이며, 수치상으로도 리그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PPDA는 수치가 높을수록 수비 행동이 수동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다.

 

덧붙이자면, 유벤투스는 볼을 잃은 직후의 게겐프레싱에 의한 공 탈환 횟수가 90분당 평균 1.63회로, 세리에 A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 시 즉각적인 탈환보다는 포지션 회복, 즉 수비 블록으로의 빠른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볼 탈환 위치가 매우 낮고, 볼 라인보다 위쪽에 있는 선수 수가 극히 제한된 수비 전략은, 당연히 효과적인 역습을 전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는 이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격 전개를 위한 기준점이 전방에 없으므로, 긴 거리를 직접 운반하며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벤투스는 프레싱을 기점으로 한 슈팅 수에서 리그 13위, 카운터어택에서 비롯된 슈팅 수는 리그 11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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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의 어려운 포지티브 트랜지션(수비 → 공격 전환)의 한 사례. [5-3-2] 수비 블록 안에서 미드필더 로카텔리가 공을 탈취했지만, 전방에는 먼 거리에 있는 FW 켄 외에는 볼을 전달할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드리블하며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지원도 없고 고립된 상황에서 상대 세 명에게 둘러싸이며 결국 공격 전환이 무산되고 말았다.

 

공격 국면에서도 유벤투스는 팀 아이덴티티를 뒷받침하는 철학에 충실하게, 신중함과 조심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유벤투스의 볼 점유는 상대 압박 라인 뒤나 수비 블록 내부의 공간으로 향하는 패스 루트가 거의 없어, 생산적인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자주 정체된다.

 

유벤투스는 상대 압박 라인 뒤에서 프리로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보다는, 공을 가진 선수의 측면이나 후방에서 지원하는 움직임을 선호한다. 이는 공을 잃을 위험이 낮은 안전한 패스 루트를 선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 수비 라인 뒤로의 패스나 전방의 기준점으로 향하는 롱볼이 선택된다. 이것 역시 공을 잃더라도 우리 골대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위치에서 실수하자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횡패스만 반복한 끝에 위치적 우위를 만들지 못한 소유 후에는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 마크를 벗어나는 움직임과 패스 선택이 이 팀의 축구에 깊이 스며든 신중함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고, 오직 위험한 볼 손실을 피하기 위한 점유로만 보이는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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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는 아무런 위협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레체의 가벼운 프레싱만 받아도 성공 가능성이 낮은 롱볼에 의존하고 있다. 처음 세 장의 이미지에서는, 지루한 횡패스만 반복하다 다른 선택지를백 다닐루 잃은 센터가 무의미하게 공을 전방으로 차내고 있다. 이어지는 두 장의 이미지에서도, 다닐루는 멀리 떨어진 공격수 블라호비치에게 롱패스를 시도하지만, 쉽게 레체 수비수에게 차단당하고 만다.

 

개별 선수들의 플레이 선택 역시 리스크 최소화라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신중한 플레이와는 가장 거리가 먼 선수인 키에사는, 그의 무리한 돌파가 팀 전체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골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위치, 즉 전방 측면에 배치되고 있다. 왼쪽 윙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일링 주니어는 가장 적은 출전 기회를 받고 있으며, 오른쪽 측면에서도 속도가 장점인 웨아보다는 전술적 규율이 뛰어난 맥케니가 더 자주 기용되고 있다.


중원에서도 최근 두 시즌 동안은 두 라인 사이에서 마크를 벗어나는 능력이 뛰어난 미레티보다, 보다 안정적인 볼 소유 선택을 하는 파졸리가 선호되어 왔다.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쿨루셰프스키(현 토트넘)나 디발라(현 로마)를 방출했던 과거의 결정들 역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알레그리가 구축한 팀 철학과 깊이 있는 아이덴티티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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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4 세리에 A 31라운드 피오렌티나전 후반 14분, 일링 주니어를 투입하며 벤치로 물러나는 키에사를 격려하는 알레그리

 

왜 유벤투스는 '보기 괴로운' 팀이 되었는가?

축구 팀의 '아름다움'이란, 개개인의 기술적인 수준이라는 개인적 차원과,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술적 조화라는 집단적 차원의 결합에서 비롯된다는 정의에 동의한다면, 유벤투스가 미학적으로 떨어지고 '보기 괴롭다'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톱레벨의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투입하던 과거 5년 동안에도 이미 그런 평을 받았던 팀이, 현재는 그때보다 선수 개개인의 퀄리티가 떨어진 상태다. 당연히 개인 능력으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워졌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팀은 더더욱 열세에 놓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감독의 전술 선택뿐 아니라, 각 선수의 컨디션이나 특정 상황에서의 플레이처럼 팀의 아이덴티티를 직접적으로 규정짓지 않는 요소들도 포함된다. 또한 팀 스쿼드 구성이나 선발 라인업을 결정짓는 기준과 같은 보다 거시적인 측면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인 요소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기술적·전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팀 구성과 선발 기준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보다는 '신중하게 경기에 접근하는 선수'를 선호하는 알레그리 감독의 성향과 요구가 뚜렷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알레그리가 부여하고 팀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린 아이덴티티는, 그라운드 위에 선 선수 한 명 한 명의 플레이 선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알레그리 감독이 요구하는 신중함과 주의 깊음을 내면화한 선수들은, 잠재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고위험 플레이를 피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생산성은 낮은 선택을 하는 경향이 스며들어 있다.

 

집단적인 차원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지만, 그중에서도 전술적 효율성은 분명 핵심적인 하나다. 전술적 효율성이 높은 팀은, 명확한 전략을 구체화하며 설정된 목적에 도달하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이 점은 과거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혹은 수비 지향적 아이덴티티를 선호한다면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성기)만 봐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를 원한다면 경기장이 아니라 서커스를 가라”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한다. 축구팬은 잘 조직된 수비, 효과적인 압박,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공격—즉 전술적 효율성이 높은 축구를 인지하고, 그것을 평가할 줄 안다. 축구팬은 서커스를 보러 가고 싶은 게 아니라, 훌륭한 플레이를 통해 효과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을 보고 싶은 것이며, 이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알레그리의 선택은 전술적 효과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90분당 오픈플레이 xG(기대득점)는 0.80으로 리그 9위에 머물고 있으며, 세트피스에서의 xG는 0.41로 리그 1위를 기록해 그 부족함을 메우고 있다. 유벤투스의 공격은 오픈플레이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세트피스를 통해 어느 정도 이를 보완하고 있다.

 

수비 쪽을 보자면, 오픈플레이에서의 실점 기대값(xGA)은 90분당 0.57로 리그 8위, 실점 위기를 의미하는 상대 슈팅 수는 90분당 12.00으로 리그 10위에 해당하며, 그중 90분당 3.13회는 상대의 압박에 의한 볼 소실에서 비롯된다(리그에서 6번째로 나쁜 수치). 이는 유벤투스가 상대의 압박을 회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국 알레그리의 유벤투스는, 매우 뛰어난 세트피스를 제외하면 전술적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없으며,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수비에 과도하게 기울어진 팀의 정체성은 축구라는 '스펙타클'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경우, 그들의 경기가 지루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단지 수비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경기의 모든 국면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상대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기다리는 쪽을 택하고, 공을 소유했을 때에도 각 선수들은 ‘상대를 공략하려는 시도’보다는 ‘공을 빼앗기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위험한 상황에서의 실수를 피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태도는, 축구라는 게임 자체에 대해 극단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맥락을 거부하고, 상대가 만든 맥락을 수동적으로 감내하려는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비관주의적 사고’ 위에 경기를 운에 맡기겠다는 소극적 철학을 드러낸다.

 

이런 방식은 경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긴 ‘대기 시간’을, 감정을 폭발시킬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지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함으로 메워버림으로써 관중의 열정과 기대를 마비시켜버린다. 그리고 바로 이 모든 것이 유벤투스의 경기가 “보기에 괴로운 것”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핵심이다.

 

물론 이것은 미적인 만족을 무엇으로 느끼는가라는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허무주의적 축구를 즐기는 관객도 분명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단순히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만약 한 팀의 축구가 전술적 효율성으로 평가된다면,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의 유벤투스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GettyImages-2056448390-1536x1024.jpg [풋볼리스타] "왜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가"

Text: Fabio Barcellona

 

https://www.footballista.jp/special/18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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