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아스날 팬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건 제가 일부러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 올리 왓킨스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뿐입니다. 화요일 경기를 앞두고 말이죠.

 

왓킨스는 토요일 밤 첼시전 2-1 승리에서 교체로 나와 두 골을 넣은 뒤 자신의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첼시는 맨투맨으로 압박을 했지만, 우리가 롱볼을 쓸 때는 센터백 한 명이 더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변화를 줬죠. 후반에 제가 들어올 때 제이든 산초와 모건 로저스를 측면에 투입하고, 유리를 10번 역할에 배치했어요.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었죠. 정말 전술의 천재예요.”

 

첼시전 승리 이후 한 팰리스 팬 역시 에메리를 ‘천재’라고 표현했는데, 이에 대해 “지금은 그저 엄청난 상승세(퍼플 패치)를 타고 있을 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자 그 팰리스 팬은 “3년 2개월, 경기 수로는 161경기나 이어진 상승세라면 꽤 길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2022년 10월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경질됐을 당시 빌라는 사실상 갈 곳을 잃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득점 수로 간신히 강등권 위에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챔피언십 팀에 가까워 보였다.

 

에메리는 지난 3년 동안 클럽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동시에 아스날 시절의 힘든 경험 이후 영국 무대에서 자신의 명성도 다시 쌓아 올렸다. 

 

그는 아스톤 빌라 역사상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감독이며, 현재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는 1897년과 1914년에 세워진 구단 기록과 타이기록이다 (당시엔 ‘퍼플 패치’가 더 흔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쯤에서 ‘천재’라는 단어는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니 잠시 접어두고,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펩 과르디올라나 미켈 아르테타, 혹은 다른 어떤 감독이라도 시즌 초반 이미 한계를 드러낸 것처럼 보이던 이 아스톤 빌라 스쿼드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었을까?

 

이 놀라운 결과의 흐름은, 무승으로 5경기를 보낸 뒤 리그 18위에 머물러 있던 빌라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더 놀라운 점은, 니스에서 영입한 에반 게상에게 쓴 2,600만 파운드가 사실상 유일한 대형 투자였던 이적시장을 거친 뒤, 지금은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3파전 우승 경쟁의 한 축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에메리는 아직 20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일축할 것이고, 중립적인 시선에서도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빌라의 기대 득점(xG)은 그들을 비판하는 근거로 자주 언급되며, ‘현재 성적은 과대 성취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에 불을 붙인다.

 

첼시전에서도 빌라는 전반 내내 밀렸고, 전반 종료 시점에 1골 이상 뒤지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점이 이런 인식을 강화했다.

 

하지만 회복력, 정신력,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어떻게 수치로 측정할 수 있을까? 

 

또 경기의 결정적인 국면에서 전술과 선수 교체로 흐름을 바꾸는 감독의 능력에는 얼마나 큰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빌라가 지고 있던 경기에서 따낸 승점이 무려 18점이고, 에메리의 교체 선수들이 이미 벤치에서 9골 이상을 터뜨렸다는 사실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화요일 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가장 나올 법한 장면은, 빌라가 먼저 실점한 뒤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든 아니든, 에메리는 이제 동료 감독들에게 존중받고 빌라 팬들의 사랑을 받는 정상급 지도자로서 친정팀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우승 경쟁에서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낼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