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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graph] 아모림과 맨유의 1년 : 부서진 TV와 눈물에 높이진 존경심,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구단 내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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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에하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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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legraph-제임스 더커
 
구디슨 파크, 2월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루벤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가장 무기력했던 전반전 중 하나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베투와 두쿠레의 골로 에버턴이 2-0 리드를 잡았고, 아모림이 “우리는 전반 45분 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 그는 결코 과장하고 있지 않았다.
 
포르투갈 출신의 아모림 감독은 평소에도 하프타임에 긴 연설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날의 라커룸에서의 시간은 유난히 짧았다.
 
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하프타임을 복도에 쭈그려 앉아 바닥을 바라보며 보냈고, 당황한 에버턴 스태프들이 그를 지켜봤다. 결국 선수들을 다독이는 역할은 당시 1군 코치였던 대런 플레처에게 맡겨졌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유나이티드가 리그 2(4부 리그) 팀 그림즈비 타운에게 굴욕적인 카라바오컵 탈락을 당한 후, 아모림이 “가끔은 그만두고 싶다.”, “가끔은 선수들이 미워진다.”고 말했을 때, 아마 그 에버턴전이 그런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고군분투하며 2-2 무승부 후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후반전에 들어가기 전, 에버턴의 전설 데릭 마운트필드가 맨유 선수들에게 장난스럽게 팔꿈치를 툭 치는 모습을 본 페르난데스는 불이 붙은 듯 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날은 아모림의 감정이 그를 지배했던 날 중 하나였다. 팀의 부진이 그를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감독으로 부임한 지 1년쯔음이 지난 지금, 아모림의 여정은 파란만장했다. 
 
첫 경기였던 입스위치 타운과의 1-1 무승부에서는 이후의 격동을 전혀 예고하지 못했다. 그는 초반부터 “폭풍이 올 것이다.”고 경고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 폭풍의 위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모림은 이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약한 사람이라면 이미 포기했을 자리를 그는 지켜냈다. 최근 5경기 무패 행진은 유나이티드가 마침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수들 또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지난 시즌 15위에 그쳤던 팀이 이를 해낸다면 엄청난 반전일 것이다.
 
 
TV를 부순 사건 이후 높아진 존경심
 
아모림은 감정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문화 속에서 자라왔다. 무리뉴나 세르지우 콘세이상 같은 감독들을 보면 그 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감정 조절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그 부분에서 진전이 있다. 
 
여전히 열정적이지만 한층 절제된 모습이다. 
 
다만, 아모림이 지금 이 팀에 얼마나 헌신하고 몰입하는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1월 중순, 브라이튼에 1-3으로 패한 뒤 라커룸에서 분노에 찬 연설을 하던 중 실수로 TV를 부숴버린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였다고 한다. 
 
선수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동시에 아모림의 진심을 이해했고 오히려 존경심이 커졌다는 반응이였다.
 
IMG_4078.jpeg [Telegraph] 아모림, 맨유와의 1년 : 부서진 TV와 눈물에 높이진 존경심,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끈다는 것의 무게
 
스포츠 디렉터 제이슨 윌콕스와 CEO 오마르 베라다가 그를 직접 만류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아모림은 분명 흔들리고 있었고 위로가 필요했다. 
 
아모림은 이후 “올드 트래퍼드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가 경쟁력을 잃은 걸 알았기 때문이였다.”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구단 전체의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으로 분위기 또한 침체되어있었다.
 
맨유 감독직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의 압박을 받는 자리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감독 정도뿐이다. 아모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5월 빌바오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유나이티드는 토트넘 홋스퍼에 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그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빅6의 문제아’ 두 팀의 맞대결로 불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번 시즌은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유로파 우승에도 불구하고 리그 17위로 마친 엔제 포스테코글루는 경질됐다. 아모림은 이에 대해 “엔제와 나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모든 존중을 다해 말하자면, 나는 더 큰 클럽에서 더 큰 압박 속에 있다.”고 웃으며 말했었다.
 
지난 토요일 다시 만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뒀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최근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1-0 리드를 너무 쉽게 내줬지만, 다시 따라붙는 저력도 있었다.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고, 몇몇 선수들의 폼도 되살아나고 있다. 루크 쇼와 메이슨 마운트처럼 늘 부상이던 선수들도 꾸준히 출전 중이다.
 
에릭 텐 하흐 시절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이던 카세미루는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6번(수비형 미드필더)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작년과 다르다.
 
아모림의 논란 많은 3-4-2-1 전술에 대한 비판도 예전만큼 거세지 않다.
 
지난 9월, 벤피카 복귀 가능성을 논하며 조제 무리뉴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감독들은 안 되는 걸 계속 시도하다가 망하곤 해. 그런데도 ‘그래, 그래도 내 철학을 지키다 죽었어’라고 하지. 친구, 네 철학 때문에 망했다면 그건 멍청한 거야.”
 
무리뉴의 이 발언은 사실상 포스테코글루나 전 사우샘프턴·레인저스 감독 러셀 마틴 같은 인물들뿐만 아니라, 후벵 아모림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슨 윌콕스는 공개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늘 “아모림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감독”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후벵 아모림은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융통성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항상 ‘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내부에서도 “4-2-3-1”이나 “4-3-3”을 썼던 과거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이 딱히 더 나았던 건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제이슨 윌콕스 그리고 CEO 오마르 베라다 역시 모두 인생 최대 규모의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시즌 아모림의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윌콕스는 그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50M이 투입된 캐링턴 훈련장 리노베이션 이후 베라다가 현장에 꾸준히 머무르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구단 내부에서는 이제 끊임없는 ‘감독 교체의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9월 말 브렌트퍼드에게 1-3으로 패한 뒤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기도 했지만, 팬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오히려 구단 수뇌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윌콕스는 말했다.
 
“팬들이 감독과 선수, 그리고 축구 운영팀을 믿고 지지해준 덕분에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아모림을 지지하는 과감한 결정들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를 첼시에 £40M에 매각한 것, 그리고 마커스 래시포드를 완전히 전력 외 선수로 돌려 아스톤 빌라에 이어 바르셀로나로 임대 보낸 것이다.
 
물론 내부에서는 여전히 가르나초 매각을 두고 논쟁이 있다. 일부는 그가 아직 어리고 다루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 “관리해야 할 선수”일 뿐, 해로운 존재는 아니었다고 본다.
 
다만 재정적으로 매각 가능한 자산이 거의 없던 시기였던 만큼, 구단이 자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윌콕스와 베라다가 확고히 지키려 한 것은 단 하나, 아모림 감독의 권위였다.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 경 역시 이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는 무리뉴 시절과 정반대였다. 당시 구단은 무리뉴 대신 앙토니 마샬이나 폴 포그바 같은 선수 편을 들며 감독의 리더십을 무너뜨렸다.
 
지금의 선수단은 그때와 다르다.
 
아모림의 권위를 거스르면 곧바로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IMG_4079.jpeg [Telegraph] 아모림, 맨유와의 1년 : 부서진 TV와 눈물에 높이진 존경심,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구단

균형 잡힌 리더십 그리고 변화된 맨유
 
물론 아모림이 모든 걸 원하는 대로 이룬 것은 아니다.
 
이번 여름 골키퍼 영입이 전적으로 그의 뜻대로였다면, 그는 아스톤 빌라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단의 골키퍼 스카우트 토니 코튼은 1년 넘게 벨기에 로열 앤트워프의 센네 라멘스를 “집요하게” 추천했고, 결국 £18.1M의 이적료로 그를 영입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이 결정은 꽤 현명했다.
 
윌콕스와 영입팀은 이제 감독이 “선수 영입에 전적으로 주도하는 구조”로 흐르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는 전임 텐 하흐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텐 하흐는 1년 전 FA로 데려올 수 있었던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47.2M에 영입했다.
 
오나나는 좋은 인물이었지만,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으며 수비진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따라서 변화는 필수였다.
 
라멘스는 아직 5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차분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벌써부터 수비진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도산 맨유는 꾸준히 데이터로 팀의 발전을 증명하려한다.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도, 경기 내용은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지표 대부분에서 팀은 작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문제는 골 결정력이다.
 
여름에 브렌트퍼드의 브라이언 음뵈모와 울버햄튼의 마테우스 쿠냐를 총 £133.5M에 영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구단은 여전히 리그 최저 슈팅 성공률(9.6%)을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수비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한 번 흔들리면 연속 실점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노팅엄 포리스트전에서는 102초 만에 두 골을, 그 다음 주 토트넘전에서는 7분 사이에 두 골을 내줬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점도 많다.
 
최전방 압박에서 볼을 탈취한 횟수는 리그 3위(1위는 본머스, 2위는 브라이튼)이며, 볼 점유율 면에서도 맨시티·아스널·리버풀·첼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아모림은 “볼을 되찾는 건 좋지만, 그 후에 더 잘 다뤄야 한다”고 인정했다.
 
물론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브라이언 음뵈모, 아마드 디알로와 누사이르 마즈라위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출전으로 약 한 달간 결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토트넘전에서 무릎을 다친 베냐민 셰슈코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도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 중이며,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함께 훈련은 하되 경기에는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슬로베니아 공격수 베냐민 셰슈코는 맨유가 이제 추구하는 새로운 선수상을 완벽히 보여준다.
 
깨끗한 생활, 자기 관리, 팀 우선주의.. 그는 검증된 스타보다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영입된 인물이다.
 
보통 선수단은 오전 9시 45분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셰슈코는 대부분 아침 8시에 훈련장에 도착해 ‘고압 산소 챔버’를 이용한다. 이는 근육 회복과 혈류 개선에 좋으며, 종종 디오고 달롯과 함께한다.
 
훈련 후에도 마사지를 받고, 사우나·얼음 목욕·명상 루틴까지 철저히 지킨다. 집에서는 요가와 ‘박스 브리딩(Box Breathing)’이라는 호흡 명상법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4초 들이마시기 – 4초 멈추기 – 4초 내쉬기 – 4초 멈추기)
 
세슈코는 “이 루틴이 저를 차분하게 만들고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의 맨유는 분명 달라졌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지나온 뒤, 팀 전체가 조금은 더 차분해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이 변화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혼돈 속에서도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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