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틱]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올해의 축구 단어: 버스 세우기, 라움도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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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규성닮은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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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2025년까지, 올해의 축구 단어: 버스 세우기, 라움도이터, 그리고 새우 샌드위치 부대
마이클 콕스 (Michael Cox) 2025년 12월 14일
 
 
2509_tempo-1.webp.ren.jpg [애슬레틱]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올해의 축구 단어: 버스 세우기, 라움도이터,


 
종종 축구 전문가들이 최근 몇 년간 생긴 '신조어'들을 비판하며 화제가 되곤 합니다. 보통 감독이나 기자들이 '사전을 삼켰다'거나, 심지어 '노트북을 통째로 삼켰다'는 비난이 뒤따르죠.
 
 
전문가들은 옛날에는 같은 현상을 다르게 불렀다며 굳이 새 단어가 필요 없다고 설명하려다 꼬이곤 합니다(대개 한 단어 대신 여러 단어로 설명하려다 오히려 새 단어의 필요성만 입증하곤 하죠).
 
 
하지만 축구 용어는 항상 진화해 왔습니다. 20세기 중반의 기록을 보면 '스트라이커(striker)'라는 단어가 슬금슬금 쓰이는 것에 대한 짜증 섞인 반응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midfielder)'라는 단어도 일부 간행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받아들여졌습니다('midfield'는 동사가 아니므로 공격(attack)이나 수비(defend)처럼 '-er'을 붙일 수 없다는 이유였죠). 심지어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라는 개념조차 한때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일부 잡지에서는 이를 굳이 '디스크(discs)'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축구 언어의 진화는 축구라는 게임 자체의 진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등장한 새로운 단어들은 축구가 얼마나 더 과학적이고, 기술적이며, 전술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이 진짜 불평하는 것은 어휘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레이지베이트(ragebait, 분노 유발 낚시글)'를 선정한 김에, 21세기 축구계에서는 어떤 단어들이 그에 상응했을지 살펴봅니다. 반드시 그해에 발명된 단어일 필요는 없지만(갑자기 튀어나온 단어라면 더 좋겠지만), 그해에 대중화되어 널리 퍼진 단어들을 선정했습니다.
 
 
2000년: 새우 샌드위치 부대 (Prawn sandwich brigade)
티켓 가격 상승, 기업 접대석(Corporate hospitality)의 증가, 그리고 경기장 분위기 저하에 대한 우려 속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로이 킨은 홈 관중을 비판하다가 의도치 않게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 오는 몇몇 사람들은 축구는커녕 철자법이나 알지 모르겠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결국 팬들은 팀을 응원해야 합니다. 원정 팬들은 환상적입니다. 그들이야말로 '하드코어 팬'이죠. 하지만 홈에서는 몇 잔 마시고 새우 샌드위치나 먹으면서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2000년 기준으로 '바이럴' 되었습니다. 이 표현은 다소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했는데, 킨은 분명 '부대(brigade)'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어느새 이 단어들이 자동으로 결합되었습니다. 10년 뒤 데이비드 모예스가 감독직을 짧게 맡았을 때 아스널을 1-0으로 꺾고 난 후 "오늘 관중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늘만큼은 '새우 샌드위치 부대'가 없더군요"라고 말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철 지난 표현처럼 느껴집니다. 요즘 기업 접대석은 너무 호화로워서 새우 샌드위치 따위보다 훨씬 더 좋은 음식이 나오니까요.
 
 
2001년: 박스 안의 여우 (Fox in the box)
골 냄새를 잘 맡는 활기찬 공격수를 뜻하는 이 기막힌 표현은 우연히 탄생한 듯합니다.
 
프랑스 기자 필립 오클레어는 티에리 앙리 전기에서 이 단어가 자신과 앙리, 그리고 고(故) 스티브 스태머스(이브닝 스탠다드 기자)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합니다. 2001년 아스널이 리버풀에게 패한 FA컵 결승전 직후였습니다. 아스널이 경기를 지배했지만, 마이클 오언의 기회주의적인 두 골에 무너졌죠. 앙리는 아스널에 그런 유형의 선수가 부족함을 한탄하며 프랑스 기자들에게 아스널에도 '르나르 드 쉬르파스(renard de surface, 페널티 박스의 여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태머스가 오클레어에게 그게 무슨 뜻인지 물었고, 오클레어가 번역해 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영어로 라임이 딱 맞았죠. Fox in the box. 훌륭한 헤드라인 감임을 직감한 스태머스는 자신이 기사를 쓸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표현은 한동안 널리 쓰였으며, FA컵 결승 한 달 뒤 아스널이 '바로 그 역할'을 위해 에버턴에서 영입한 프란시스 제퍼스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제퍼스보다 이 표현 자체가 더 성공적이었죠.
 
 
2002년: 중족골 (Metatarsal)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데이비드 베컴이 데포르티보의 알도 두셰르에게 태클을 당해 부상을 입었을 때, 우리는 낯선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발등뼈를 뜻하는 중족골(metatarsals)이었죠. 축구는 미묘하게 더 과학적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저 '발목을 삐었다'고 했을 부상이 점점 '발목 인대' 부상으로 불리더니, 갑자기 '중족골 골절'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당시 레딩의 물리치료사였던 존 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그냥 발 골절이라고 불렀습니다. 2002년 베컴 분석 이후 중족골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그 이후로 계속 쓰이고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2003년: 관여 (Active)
오프사이드 관련 용어로만 이 목록의 절반을 채울 수도 있을 겁니다.
 
2003년의 유행어는 '관여(Active)'와 '비관여(Passive)'였습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선수가 공을 플레이하려 하거나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한 실제로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개념이었죠.
 
지금은 꽤 표준적인 규칙이지만 당시엔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맨유의 루드 반 니스텔루이나 볼턴의 케빈 놀란 같은 선수들은 이를 역이용해 프리킥 상황에서 일부러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다가, 수비수들이 물러나면 공이 흘러나올 때 관여하곤 했습니다.
 
해설가 앨런 한센은 "이 규칙은 말도 안 됩니다. 도대체 관여는 뭐고 비관여는 뭡니까? 2차 동작은 또 뭐고요? 제발 좀 봐주세요.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저었죠.
 
 
2004년: 버스 세우기 (Parking the bus)
조세 무리뉴가 첼시 부임 초기, 토트넘 홋스퍼와의 0-0 무승부 경기에서 상대의 소극적인 전술을 비판하며 포르투갈식 표현을 빌려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걸 두고 버스를 끌고 와서 골문 앞에 세워뒀다고 말합니다." 다소 긴 이 표현은 곧 '버스 세우기'로 줄여졌고, 처음에는 야망 없는 축구를 비하하는 말로, 나중에는 깊게 내려선 수비를 뜻하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리뉴는 훗날 '버스 세우기'로 가장 자주 비난받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었죠.
 
 
2005년: 바운스백어빌리티 (Bouncebackability)
1년 전, 이안 도위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딛고 승리로 반등한 능력을 설명하며 이 단어를 썼을 때, 그는 아마 적절한 단어를 찾느라 애썼을 겁니다.
 
하지만 단어란 바로 그런 이유로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사커 AM> 프로그램이 이 단어를 사전에 등재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후, 스포츠 해설가와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결국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콜린스 영어 사전의 디렉터 저스틴 크로저는 "바운스백어빌리티(회복탄력성)는 9월에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포착되었습니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10월에 꾸준하더니 11월에 폭발했죠. 단어 자체에 리듬감이 있고 강렬하게 들립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006년: 팬존 / 팬페스트 / 팬마일 (Fanzone/fanfest/fanmeile)
잠시 독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팬마일(Fanmeile)'이 문자 그대로 2006년 독일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독일 월드컵이 열린 그해 여름, 도심 곳곳에서 거대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 설치된 곳에는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 승부차기 승리를 보기 위해 백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FIFA가 도심 지역을 공식적으로 '팬페스트'로 지정한 첫 사례였습니다. 지금은 '팬존'으로 더 흔히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단어가 무엇이든 새로운 명사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2007년: 전환 (Transitions)
이 시기 축구 언어는 전술적으로 크게 진보했습니다.
 
이제는 흔한 표현인 '전환(transitions)'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무리뉴의 첼시 1기 핵심 윙어였던 데미안 더프의 회상이 이를 증명합니다.
 
"무리뉴는 전환을 정말 강조했습니다. 아마 제가 그 단어를 처음 들은 때였을 겁니다. 공을 뺏기면 수비로 전환해 위치를 잡고, 공을 뺏으면 공격으로 전환해 빠르게 튀어 나가는 것이었죠."
 
이전부터 코치들 사이에서는 유행어였지만, 무리뉴의 연속 우승 이후 더 보편화되었고 잉글랜드 축구가 역습 위주로 재편되면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2008년: 티키타카 (Tiki-taka)
이 용어는 보통 1990년대 중반 스페인 감독이었던 하비에르 클레멘테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묘하게도 클레멘테는 아무 소득 없이 공만 돌리는 점유율 축구를 비하하기 위해 이 말을 썼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 유로 2008을 제패하면서(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구식 감독 루이스 아라고네스 지휘 하에), 잉글랜드에서는 점유율 기반 축구를 지칭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나중에는 팀들이 지나치게 점유율에 집착하게 되면서 다시 부정적인 의미를 띠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펩 과르디올라조차 "나는 티키타카를 혐오한다. 그건 아무 의도 없이 공만 돌리는 짓이다"라고 선을 그었죠.
 
 
2009년: 펄스 나인 / 가짜 9번 (False nine)
전통적인 센터포워드(9번)가 2선으로 내려와 플레이하는 개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도 '가짜(false)'라는 단어가 쓰인 기록이 있죠.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2006-07시즌 AS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이 용어를 대중화시켰고, 맨유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역할로 사용 빈도가 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2008-09시즌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당시 리오넬 메시의 역할 덕분에 따옴표 없이도 자연스럽게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2010년: 포즈난 (The Poznan)
월드컵이 있었던 해라 '자블라니'나 '부부젤라'가 유력 후보였지만, 2010년 말에 일어난 어떤 사건이 더 긴 유산을 남겼습니다. 바로 레흐 포즈난 팬들이 경기장을 등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제자리에서 뛰는 응원 방식입니다.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맞대결 이후 이를 받아들여 '더 포즈난'이라 부르며 따라 하기 시작했죠.
 
올해 여름, 16년 만에 열린 오아시스(Oasis)의 콘서트에서도 이 응원이 등장했습니다. 맨시티 팬인 노엘 갤러거는 이를 투어의 하이라이트로 꼽았고, 레흐 포즈난 구단으로부터 감사의 의미로 유니폼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1년: 언더랩 (Underlap)
요즘은 풀백이 윙어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설명할 때 자연스럽게 쓰이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크리스 콜먼이 스카이 스포츠 해설 중에 이 단어를 처음 썼을 때만 해도 트위터가 뒤집어졌었죠. 바깥쪽으로 도는 전통적인 '오버랩(Overlap)'과는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틈새 움직임을 뜻하던 틈새 단어가, 이제는 표준적인 움직임을 뜻하는 표준 단어가 되었습니다.
 
 
2012년: 티포 (Tifo)
참 묘한 단어입니다. 이제는 서포터들의 카드 섹션이나 대형 통천 응원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고, 팬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티포지(tifosi)'에서 유래한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tifo' 항목이 있지만, 이탈리아어판에는 없습니다. 2012년 <가디언>지는 헤드라인에 이 단어를 썼지만, 기사 본문 첫 언급에는 설명 링크를 달아야 했을 정도로 낯선 단어였습니다.
 
 
2013년: 라움도이터 (Raumdeuter)
토마스 뮐러가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입니다. 압도적으로 우아하지도, 신체적으로 뛰어나지도, 기술이 화려하지도 않았던 뮐러는 필리포 인자기 같은 순수 9번 유형도 아니면서 '적절한 때 적절한 곳'에 있는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윙어도 아니고, 10번도 아니었죠.
 
뮐러는 자신을 '라움도이터'라고 칭했습니다. 이는 꿈의 해석가를 뜻하는 독일어 'Traumdeuter'를 이용한 말장난으로, 본질적으로 '공간 연주자(해석가)'를 의미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2013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널리 퍼졌고, <풋볼 매니저> 게임에서 공식 전술 역할로 채택되면서 준공식 용어가 되었습니다.
 
 
2014년: "위 고 어게인" (We go again)
스티븐 제라드가 맨시티전 3-2 승리 후 외친 이 구호는 주로 그의 불운했던 "This doesn't slip(절대 미끄러지지 않는다)" 발언과 엮여 기억되곤 합니다. (그가 첼시전에서 미끄러져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연설에 포함된 또 다른 문장 "We go again!(다시 가자 / 계속 가자)"은 축구계의 표준 문구가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금 이 말은 주로 패배한 후에 "다시 털고 일어나자(반등하자)"는 의미로 쓰입니다. 제라드는 원래 승리 후 기세를 이어가자는 뜻으로 썼지만 말이죠. 위르겐 클롭조차 2019년 우승 경쟁 중 비겼을 때 "며칠 준비해서, 다시 갑시다(we go again)"라고 이 용어를 현재의 문맥대로 사용했습니다.
 
 
2015년: 게겐프레싱 (Gegenpressing)
공을 뺏기자마자 즉시 압박하여 되찾아오는 것. 독일 축구에서 대중화되었고 클롭의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를 연속 제패할 때 흔해졌습니다.
 
클롭이 리버풀에 부임하면서 폭발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로는 단순히 '카운터 프레싱(counter-pressing)'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독일 축구에서 이 전술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게겐프레싱'이라는 독일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2016년: 프리 8번 (Free 8s)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 왔을 때, 그는 4-2-3-1의 10번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케빈 데 브라위너와 다비드 실바를 4-3-3의 '두 명의 8번'으로 재배치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측면 공간으로 침투하거나 수비 뒷공간을 노릴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데 브라위너는 "나는 10번이 아니라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자유로운 8번(Free No 8)으로 뛴다"고 말했습니다. 뮐러처럼 그 역시 자신의 역할을 직접 명명함으로써 그 역할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2017년: 레몬타다 (Remontada)
보통 외국어는 영어에 그에 맞는 단어가 없을 때 유행합니다. 하지만 '레몬타다'는 예외입니다. 단순히 '컴백(역전)'을 뜻하니까요.
 
왜 이 단어가 유행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감이 좋기는 합니다. 바르셀로나가 PSG에게 1차전 0-4 패배를 2차전 6-1 승리로 뒤집었을 때, 모두가 기꺼이 이 스페인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2018년: xG (기대 득점)
<매치 오브 더 데이>가 하이라이트 방송에서 유효 슈팅, 코너킥 숫자 옆에 '기대 득점(Expected Goals)' 수치를 표시하기 시작했을 때, 이는 시대를 꽤 앞서간 시도였습니다.
 
직관적이지 않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점차 사람들은 이것이 '슈팅 위치를 보정한 슈팅 수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xG는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가장 '너드(nerd)'스러운 단어이며, 축구 용어가 수학적이고 기술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시발점이었습니다.
 
 
2019년: VAR
전년도 월드컵에 도입되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019-20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이것을 '브이에이알'로 읽을지 '바'로 읽을지, 그리고 VAR이 기술을 뜻하는지 심판을 뜻하는지에 대한 혼란은 남아 있습니다.
 
 
2020년: 부로팩스 (Burofax)
리오넬 메시가 2020년 바르셀로나에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을 때, 그는 스페인 밖에서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부로팩스'를 이용했습니다. 이는 스페인 우체국이 공인하는 등기 우편 서비스로,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그해 잠시 동안 구글 트렌드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축구 단어였습니다.
 
 
2021년: 외풍 차단기 (Draught excluder)
2020-21시즌 전까지만 해도 프리킥 수비벽 아래에 선수를 눕힐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두가 그렇게 하기 시작했고, 이름이 필요해졌습니다.
 
[주: 한국에서는 '눕방'으로 불리지만] 잉글랜드 축구계는 '외풍 차단기(Draught excluder)'라는 단어를 택했습니다. 문 밑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는 도구에서 따온 말이죠. 난방이 잘 되는 다른 나라들은 굳이 이런 도구가 필요 없어서인지 '악어'나 '철도 차단기' 같은 단어를 썼습니다.
 
 
2022년: 스포츠워싱 (Sportswashing)
개념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단어가 폭발적으로 쓰인 것은 2022년이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과 전년도 말 사우디아라비아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 때문이었습니다. 2022년 중반 뉴캐슬의 원정 유니폼이 사우디 국기 색상으로 발표되면서 논란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2023년: PSR
이 목록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지루한 단어입니다.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rofit and Sustainability Rules)'의 약자로, 그해 11월 에버턴이 승점 10점 삭감을 당하면서 갑자기 주요 화두가 되었습니다.
 
 
2024년: 스위스 모델 (Swiss model)
모든 팀이 서로 경기를 하지 않는 특이한 리그 테이블 방식입니다.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포맷은 공식적으로 '리그 페이즈'라고 불리지만, 대회 이름이 '챔피언스리그'인데 '리그 페이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해서인지 '스위스 모델'이라는 예전 용어가 표준처럼 굳어졌습니다.
 
 
2025년: 피니셔 (Finishers)
일부 클럽들이 교체 선수를 '피니셔(finishers)'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었지만,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리나 위그만 감독이 잉글랜드의 '유로 2025' 우승 캠페인 내내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디 애슬레틱은 처음에는 "이른바 '피니셔'"라고 표기하다가 나중에는 따옴표 없이 헤드라인에 사용할 정도로 주류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 단어가 뜬 데는 논리가 있습니다. '교체 선수(substitutes)'라는 말은 왠지 2류처럼 들리지만, '피니셔'는 그들이 경기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또한 교체 카드가 5장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잉글랜드의 클로이 켈리는 단 한 경기도 선발로 뛰지 않고도 '올해의 스포츠 선수' 후보에 올랐습니다.
 
물론 좌절스러운 점은 '피니셔'가 축구계에서 이미 다른 뜻(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으로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난 시즌 챔피언 리버풀에서 슈팅 0개를 기록한 엔도 와타루를 '피니셔'라고 불렀다면 비웃음을 샀겠지만, 2025년 현재 그는 이 단어의 새로운 해석에 가장 적합한 후보입니다.
 
'스타터(starter, 선발)'의 반대말로 '엔드(end)'를 써서 '엔더(ender)'라고 부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엔도 더 엔더(Endo the ender)'... 어감이 꽤 괜찮지 않나요?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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