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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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사오정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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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가끔은 첫눈에 알게 된다.

 

 

 

처음 마주한 순간,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사람이구나하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깊은 곳에서, 오래 함께할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다른 경우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전과 비교해 보게 되고,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노팅엄 포레스트 팬들에게는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가 그런 경우였다.

 

 

 

그는 23년 만에 포레스트를 프리미어리그로 이끈 스티브 쿠퍼의 뒤를 이었다. 쿠퍼는 마지막 경기 전까지도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풀럼에 0-5로 패하는 굴욕적인 경기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클럽 역사에서 브라이언 클러프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평가받는 쿠퍼를 대신하는 일은 애초에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누누는 결국 해냈다. 30년 만에 포레스트를 유럽 무대로 올려놓았다. 클럽 역사에 남을 결과들을 만들어냈고,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들을 선사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는 2023 12월 포레스트 감독으로 부임했다

 

 

물론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쿠퍼 경질 이후 첫 반 시즌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PSR 규정 위반으로 인한 승점 삭감, 에버튼전 뒤 심판 판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트윗사건, 그리고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까지 이어졌다.

 

 

 

누누는 그 과정에서 다소 답답한 경기 운영과 이해하기 힘든 결정들로 스스로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는 단순히 프리미어리그 잔류뿐 아니라 여름까지 버텨내는 생존을 목표로 했던 셈이다.

 

 

 

다음 시즌, 그는 영웅이 됐다.

 

 

 

1969년 이후 처음으로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꺾었다.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아냈고, 홈에서도 다시 승리했다.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었으며, 브라이튼을 7-0으로 대파했다. 그리고 마침내 유럽 무대로 나아갔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2024 5월 번리전 승리 후 기뻐하는 모습

 

 

이전 시즌의 암울하고 지치는 생존 싸움과는 전혀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반짝 성적이 아니라, 포레스트가 진정으로 강팀이 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언제나 침착하고, 때로는 미소를 보이던 누누의 모습이 그 중심에 있었다.

 

 

 

배우이자 포레스트 팬인 아셔 알리는 그를 차분하고 현명한 수도승 같은 인물로 묘사했다. 실제로 그는 핸드팬을 연주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졌고, 선수들과의 미팅이나 기자들 앞에서 그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분위기를 중시했다. 2024년 여름 프리시즌 훈련캠프에서는 선수단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시즌 성공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받았다. 시즌 대부분을 챔피언스리그권에 머물며 유럽 대항전 진출을 확정 지은 것도 단순한 팀 분위기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 합숙 훈련이 이번 여름의 준비 과정과 비교되며 결국 그의 퇴진 이유 중 하나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결별은 너무도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시즌 개막을 전후해 누누는 스쿼드 상태가 좋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구단주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와의 관계가 악화됐음을 털어놓았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마리나키스 구단주와 누누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다

 

 

그 당시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그의 불화는 에두와의 관계 악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내부에서 조율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굳이 공개적으로 자멸적인 발언을 쏟아냈어야 했을까? 조용히 중재를 시도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이번 이별은 단순히 정서적인 아쉬움에 그치지 않는다. 한 세대 만에 최고의 시즌을 이끈 감독을 잃는 것은 유럽 무대를 앞둔 클럽에 치명적인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유로파리그에서 비교적 좋은 조 편성을 받았고, 2억 파운드를 투자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쿼드를 꾸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후임자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토트넘과 셀틱을 이끌었던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부임이 예정돼 있으며, 그는 13명의 신입 선수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고, 시티 그라운드 복귀 전까지 4연속 원정이라는 난관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 첫 경기는 세비야에서 열리는 레알 베티스와의 유로파리그 개막전이다.

 

 

 

일부 팬들은 누누가 유럽 무대에서 포레스트를 이끌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음 단계로 이끌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다. 실제로 한계도 있었다. 선제골을 넣으면 노련하게 승리를 지켜냈지만, 먼저 실점하거나 수비적으로 버티는 팀을 상대할 때는 대책이 부족했다. 시즌 말미에는 대부분의 팀이 이를 간파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누누와 노팅엄의 결별은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해롭고, 그저 안타깝게 느껴진다
포레스트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경기인 웨스트햄전을 누누가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울버햄튼의 경우다. 누누가 떠난 2021년 이후, 팀은 결코 번영하지 못했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다음 단계의 감독이라는 신화는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다.

 

 

 

누누는 바보가 아니다. 팀의 변화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올 시즌 초반 3경기에서도 전술적 진화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가능성은 끝내 확인되지 못하게 됐다.

 

 

 

결국 남은 건 안타까움이다.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랑받았다. 이름이 쿠퍼만큼 크게 불렸고, 맥주 취향을 두고 노래 가사로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익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을 기회 없이 떠나게 된 것은, 앞으로 무엇이 일어나든 미완의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겉보기에는 한동안 평온해 보였던 노팅엄 포레스트.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누누는 일이 없을 때 이비자 인근 포르멘테라 섬의 별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바다에 들어가며 고요를 즐긴다고 한다. 지금쯤은 혼돈스러운 노팅엄을 떠나, 평화로운 바다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612481/2025/09/09/nuno-espirito-santo-nottingham-forest-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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