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최전방 자질 입증한 미켈 메리노, 아스날의 고민은 ‘만약’이 아니라 ‘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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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미켈 메리노를 둘러싼 논의는 흑백처럼 분명했다.
2024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의 마지막 영입이 될 것으로 보였던 그는 새로운 중원 3인방을 완성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으로 예상됐다. 데클란 라이스, 마르틴 외데고르와 함께 뛰며 아스날이 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곧 논의는 더 복잡해졌다.
우선 메리노는 첫 훈련에서 어깨를 다쳐 한 달간 결장했다. 며칠 뒤, 8월 말에는 라이스가 브라이튼과의 홈 경기(1-1 무승부)에서 해당 시즌 아스날의 첫 퇴장을 당했다. 이어 9월 A매치 기간 동안 외데고르는 발목 부상으로 두 달간 이탈했다. 그 시점부터 아스날 중원은 사실상 ‘투쟁 도피 반응’ 모드로 들어갔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시즌 후반에는 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메리노는 결국 센터포워드로 전환됐다. 그 포지션에서 기록한 9골 중 6골이 아스날의 우승 희망을 지탱했다. 그리고 이제, 스페인 대표팀에서 2경기 4골(터키전 해트트릭 포함)을 기록한 뒤,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어느 때보다 불분명해졌다.
많은 아스날 팬들은 이번 주말이 끝나자마자 “그냥 메리노를 공격수로 쓰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공격수로 보여준 활약, 그리고 이번 A매치에서의 골 폭발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메리노의 스페인 대표팀 득점은 중원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불가리아와 터키전에서 그는 페드리, 마르틴 수비멘디와 함께 3미들로 출전했다. 공격진은 라민 야말과 니코 윌리암스가 측면에, 미켈 오야르사발이 센터포워드에 자리했다.
메리노는 불가리아전에서 1골을 넣었지만 사실상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한 번은 그의 슈팅이 골라인에서 걷혀 나갔고, 또 한 번은 슈팅이 크로스바에 굴절되어 나갔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슈팅만이 아니었다. 스페인이 점점 더 경기를 지배하자 그는 좋은 위치에서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이어갔다. 아래 장면은 오야르사발과의 빠른 원투 패스다.
그리고 여기서는 로드리가 침투할 수 있도록 멋진 패스를 내준다.
이런 패스나 위치는 아스날에서 미드필더로 뛸 때 그가 자주 보여주던 모습이 아니다. 첫 시즌 동안 그는 이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신 더 깊은 위치에서 동료를 찾으려 했고, 볼을 오래 끌다 압박에 당해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난여름 이적시장 직전 그가 주전보다는 스쿼드 옵션으로 평가받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불가리아, 터키전에서도 공을 받을 때 어떤 미드필더라면 하프턴 동작으로 전환했을 법한 장면에서, 그는 오히려 볼을 향해 움직이며 혼잡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대신 이번 주에 메리노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더로 뛰더라도 파이널 서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터키전에서 기록한 2골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전 득점과 비슷했다. 세 골 모두 왼쪽에서 짧은 패스가 이어지고, 컷백 상황에서 그가 날카로운 첫 터치 마무리를 해냈다. 메리노는 볼을 잡은 방향 그대로 플레이할 때, 빠른 패스든 첫 터치 슈팅이든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임무보다는 이런 특성을 살릴 때 성과가 뚜렷했다.
그렇다면 아스날은 단순히 그를 최전방에 세워야 할까? 가능성은 있다. 그는 이미 ‘9번’으로 뛸 때의 능력을 보여줬고, 그 포지션에서라면 빅토르 요케레스에게 더 나은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에베레치 에제나 이선 은와네리에게 중원에서 뛸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은와네리는 월요일 카자흐스탄과의 잉글랜드 U-21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피에로 잉카피에가 합류한 만큼 마일스 루이스-스켈리도 중원에서 뛸 수 있다.
혹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특정 자리에 기존 선수와 똑같은 대체자를 넣는 대신, 이런 상황을 활용해 팀을 더 발전시킬 수도 있다.
프리시즌에서 은와네리는 외데고르의 자리에 기용됐지만, 외데고르의 복제본처럼 행동하라는 지시는 받지 않았다. 항상 부카요 사카, 벤 화이트와의 연계를 시도하는 대신, 은와네리는 드리블로 전진하며 다양한 위치를 오갔다.
비슷하게 메리노가 리버풀전에서 선발로 나섰을 때 그의 역할은 더 전투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메리노가 더 많은 선발 기회를 받는다면, 안필드에서처럼 뒤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최전방과 가까이 전진하도록 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입스위치 타운 원정 4-1 승리가 그 예시다. 당시 그는 중원에서 박스로 침투해 백힐로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의 골을 도왔다. 그런 장면이 꾸준히 나온다면, 설령 정통 센터포워드로 뛰지 않더라도 아스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르테타에게는 고민이 따른다. 언제 메리노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인가? 언제 각 미드필더의 상반된 특성을 극대화할 것인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르테타는 메리노를 단순히 최전방 마지막 수단으로만 쓰는 것보다 이런 ‘행복한 고민’을 택하고 싶을 것이다.
2024년 2월, 가브리엘 제주스가 무릎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을 때 아르테타는 “선수들을 특정 포지션, 역할, 공간에 적응시키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기회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또 다른 해답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다면 좋은 일만 생긴다”고 말했다.
그달 말 그는 카이 하베르츠와 레안드로 트로사르를 투톱으로 기용했고, 이는 웨스트햄과 번리 원정에서 각각 6-0, 5-0 대승으로 이어졌다.
지난여름 아스날에 합류했을 때 아르테타는 메리노를 공격수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면 그는 충분히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스날이 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를 좀 더 전방에서 기용하는 것이 단순히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와 ‘어떻게’의 문제로 남아 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610195/2025/09/09/mikel-merino-spain-goals-analysis-arse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