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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영화평론가, 배우, DJ... 당신이 몰랐던 가장 흥미로운 축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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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났나구경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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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톰 커쇼

 

12/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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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5순위 골키퍼인 알피 화이트먼은 클럽에서 8년을 보낸 끝에 방출될 예정이며, 그 기간 동안 그는 평범한 선수들과는 다른 취미들을 발전시켜왔다.

 

프로 축구 선수라면 라디오 DJ, 인물 사진 작가, 영화 클럽 운영자, 심지어 무대 배우 같은 부업을 갖는 일은 흔치 않지만, 알피 화이트먼은 평범한 선수가 아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유로파리그 스쿼드 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일 수도 있는 이 5순위 골키퍼는, 구단의 경기장에서 자신의 2층짜리 집까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5분도 안 되는 거리로 걸어갈 수 있다.

 

그의 집 냉장고에는 우승 메달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으며, 그 옆에는 환각적인 그림들과,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 <심슨 가족>의 밀하우스 장면이 함께 있다. 그의 왓츠앱 프로필 사진은 불붙은 호머 심슨의 콘프레이크 사발이다.

 

“경기장 위의 11명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글쎄요, 그냥 제가 스스로에게 계속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죠.” 그는 건조하게 말했다.

 

백업 골키퍼의 삶은 묘하다. 26세의 화이트먼은 최근 세 시즌 동안 1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지만, 클럽은 그를 보유하길 원했다. 프리미어리그 스쿼드에는 최소한 8명의 자국 육성 선수가 포함되어야 하며, 그는 클럽 유스 출신이고 주급이 £5,000 미만으로 비교적 저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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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라커룸에서 인기가 많은 인물이며,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함께했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그리고 지금은 앤지 포스테코글루까지 모두 거쳐 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해리 케인과 함께 수년간 페널티 킥 연습을 했다.

 

“사람들은 오전에 훈련하고 오후 1시에 집에 가서 영화나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전술적인 경기 준비도 해야 하고, 선발 선수들이 회복하는 다음 날에는 교체 선수들끼리 강도 높은 훈련도 합니다. 매일매일 정말 힘든 일의 연속이에요.” 화이트먼은 말했다.

 

“사람들이 보는 건 경기지만, 일상적인 과정 속에서 나도 그 일부라고 느껴요. 위키피디아의 출전 기록 칸에는 남지 않을지 몰라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큰 팀이 아니었다면 결승까지 갈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나는 정말 운이 좋다고 느껴요. 하지만 항상 갈등이 있어요. 왜냐하면 나의 꿈은 직접 경기장에 나서는 것이니까요.”

 

영화에 대한 언급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지난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치른 결승전 후 빌바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팀 동료들이 시끄럽게 축하를 이어가는 동안, 화이트먼은 2002년에 개봉한 스웨덴의 비극 영화 천상의 릴리아(Lilya 4-ever)를 시청했다. 이 영화는 구소련 지역에서 어머니에게 버려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신매매와 성노예 문제를 조명한다.

 

그는 이후 영화 리뷰 사이트인 레터박스에 “나는 다시는 어떤 것도 불평하지 않겠다”고 썼다. 그 사이트에는 그가 작성한 리뷰가 187건이나 올라 있다.

 

그가 최근 본 영화 중에는 2024년작 퀴어도 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서로에 대한 욕망 외에는 인물들에 대해 거의 알 수 없어서, 그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기가 어려웠다”고 평했다. 1999년작 아름다운 직업(Beau Travail)에 대해서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다음으로 최고의 댄스 장면”이라는 평을 남겼다.

 

스쿼드 내 애매한 역할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비디오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화이트먼은 일종의 문화 애호가가 되었다.

 

지난해 여름 그는 런던의 밤 팩토리에서 공연된 연극 '너는 너의 인생에서 유일한 배우다'에 출연했다. 이 작품은 “현대의 연애가 지닌 복잡성과 함정을 주제로 연극, 시, 시각 예술이 결합된 몰입형 설치 작품”이다.

 

화이트먼은 NTS 라디오에서 월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으며, 스웨덴 임대 시절 찍은 일련의 자화상들도 곧 열릴 전시회에 출품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는 자신의 어머니 성을 사용해 DJ 활동을 했고, 예술 작품은 별도의 SNS 계정에 올렸다. 이유는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저는 그것들을 철저히 분리했어요. 사람들이 ‘넌 이상해’라든가 ‘넌 축구선수잖아’라고 말할까봐요.” 화이트먼은 말했다.

 

“레터박스드조차도 저는 친구들이랑만 썼어요.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트위터에서 ‘와, 이것 좀 봐’라고 하더군요.”

 

“진짜 많은, 아주 많은 선수들이 골프를 쳐요. 그런데 뭔가 색다른 걸 하면 비판받기 쉬운 분위기였죠.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그 분위기가 정말 바뀌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삶에는 균형이 필요해요. 다른 관심사가 있다면, 그걸 탐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죠. 저는 다방면에서 균형 잡힌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화이트먼은 축구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자신에게 가장 큰 열정의 대상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토트넘 브로드워터 팜 주택단지 근처에서 자랐고, 여섯 살 때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본 후 골키퍼라는 포지션에 반해 폴 로빈슨을 우상으로 삼았다. 그는 에드먼턴에서 열린 토요일 리그 컵 결승전에서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고, 토트넘 유소년 아카데미에서는 자신의 연령대보다 높은 팀에서 뛰었다. 

 

또 그는 잉글랜드 유소년 대표팀의 일원이었으며, 2015년 U-17 월드컵에서도 선발로 출전했다. 그가 1군으로 승격된 이후, 화이트먼은 여전히 구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위고 요리스의 유니폼 옆에 자신의 유니폼이 걸려 있던 모습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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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이적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중간 어디쯤에 갇히게 됐어요.” 그가 말했다.

 

“저는 요리스와 함께 훈련하고 있었고, 그는 2018년에 프랑스 대표로 월드컵에서 우승했어요. 저는 그가 자신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켜봤고, 많은 질문을 하면서 조언도 들었죠.”

 

“조 하트와도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가 토트넘에 왔을 때는 약간의 격동기를 거친 후였는데, 저는 그런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됐어요. 그전에는 그들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의 경지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면을 보니까 좀 더, 꼭 '보통' 같지는 않아도, 나도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들처럼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미첼 포름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고, 최근 몇 년간은 프레이저 포스터와 함께했어요. 제가 함께 훈련하고 배울 수 있었던 골키퍼들을 돌아보면 그런 경험은 정말 큰 도움이 돼요.”

 

화이트먼은 2019년 포체티노 감독 아래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랐을 때 그 스쿼드의 일원이었다.

 

공식적으로 벤치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16강 1차전에서 웃지 못할 역할을 맡았다.

 

“전반이 끝났을 때 저는 포체티노 감독의 시야 정면에 있었어요. 그는 우리가 더 거칠게 싸워야 한다고 열정적인 팀 토크를 했죠. 그가 저를 보더니 ‘알피, 일어나!’라고 말하고, ‘우린 가볍게 툭 치는 거 원하지 않아’라고 하더니, 갑자기 제 배를 어깨로 쿵 밀쳐요. 모두가 정적에 빠졌죠.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전달되긴 했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결국 우린 이겼고, 그는 경기 끝나고 저에게 와서 웃으면서 농담도 하고, 괜찮냐고 물었어요. 그게 그가 가진 열망과 열정의 수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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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임대 시절 알피 화이트먼이 찍은 자화상 사진

 

그해 말 무리뉴 감독이 부임했고, 2020년 11월 유로파리그에서 화이트먼에게 데뷔 기회를 주기 전에 그에게 “키가 1인치쯤 더 큰 기분”이 들게 했다.

 

더 자주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던 그는 이후 스웨덴 1부 리그의 데게르포르스로 18개월간 임대를 떠났고, 그곳에서 그의 예술적 성향을 더욱 드러냈다.

 

인구 1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화이트먼은 훈련장 근처 숲속 외딴 오두막을 빌렸다.

 

“화장실은 바닥에 구멍이 뚫린 형태였어요. 물은 전부 호수에서 길어왔고요. 저는 장작불을 피워서 고기랑 달걀을 구워 먹었어요. 정말 꽤 원시적인 생활이었죠.” 그가 말했다.

 

“훈련이 끝난 후 저는 앉아서 해가 지는 걸 바라보곤 했고, 그 기간에 자화상을 잔뜩 찍었어요. 그 사진들은 고독함과 이별 같은 요소들을 담고 있지만, 참 좋았어요. 저는 그 사진에서 꽤 해방감을 느꼈죠"

 

"우리는 가끔 소셜미디어를 열어 그런 외로움을 잊으려 하기도 하지만, 저는 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다 비활성화했고, 그 고요함을 즐기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골키퍼라는 포지션 자체가 원래 외로운 역할이에요. 그런 시간들이 제 집중력을 갈고닦게 해줬고,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들어줬어요.”

 

화이트먼은 스웨덴에서 지내는 동안 중형 필름 카메라로 600장 이상의 자화상을 촬영했다.

 

그는 Pill Face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는데, 그 안에는 클럽에서 처방한 영양제를 사용해 구성한 67장의 자화상이 담겨 있으며, 그날그날의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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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게르포스르에서 처방받은 영양제를 사용해 만든 자화상 Pill Face

 

데게르포르스가 강등될거란 예상을 이겨낸 후, 화이트먼은 진정한 상승세를 안고 토트넘으로 복귀했으나, 2023년 프리시즌 투어 마지막 경기에서 끔찍한 발목 부상을 당하며 거의 1년 가까이 결장하게 됐다.

 

그것은 뼈아픈 타격이었지만, 그는 긴 재활 기간 동안 몇몇 “창의적인 탈출구”들에 의지할 수 있었다. 음악가의 아들인 화이트먼은 어릴 적 로니 스콧 재즈클럽에서 로이 에이어스, 로니 스미스, 블랙버즈 같은 음악가들을 보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NTS 라디오에서 첫 방송을 진행했다. 각 에피소드의 커버 아트로 그가 찍은 자화상 중 하나를 사용하는 프로그램 Sweet Tooth with Alfie는 펑크, 소울, 사이키델릭 록, 재즈 퓨전을 혼합한 방송이다.

 

파키스탄계 혈통인 화이트먼은 뉴발란스 및 아크테릭스 행사에서 라이브 DJ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패션 브랜드를 위해 사진을 찍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그의 레터박스 계정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그는 이미 베스널 그린에 있는 제네시스 시네마에서 영화 동호회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상영회를 열었다.

 

“우리는 보복(Revanche,2008)라는 영화를 상영했어요. 오스트리아 범죄 스릴러 영화죠. 그다음엔 헬렌 미렌과 마이클 갬본이 출연한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를 상영했고, 이후에는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덴마크 3부작 중 첫 번째 영화인 Pusher를 상영했죠. 그 영화는 매즈 미켈슨의 데뷔작이기도 했어요.” 그가 말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이트먼이 토트넘 훈련장을 돌며 팀 동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 영상이 올라왔다. 자주 나온 답변으로는 트랜스포머,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등이 있었다. “저는 그 친구들에게는 아무것도 추천 안 해요. 다들 ‘네가 좋아하는 이상한 자막 영화 따위는 안 볼 거야’라는 반응이거든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토트넘에서의 10년을 마무리하며,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작별이었다.

 

화이트먼의 계약은 6월 30일에 만료되며, 취미들이 그에게 충만함을 주었고 지역 출신이자 평생 팬으로서 꿈을 실현했지만, 이제는 주전 골키퍼로 자신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욕망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부엌으로 돌아오면, 훈련장에서 가져온 그의 짐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고, 가족이 남겨둔 풍선에는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감정이 북받치는 건, 제가 스퍼스에서의 시간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그건 제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일이지만, 저는 경기장에 서고 싶어요. 이기든 지든, 페널티를 막든 골을 먹든 상관없이요. 그게 제가 항상 원했던 거예요.” 그가 말했다.

 

“앞으로 인생이 저를 어디로 이끌지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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