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FIFA는 월드컵 결승전을 오전 9시에 개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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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미국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FIFA는 내년 남자 월드컵 결승전을 오전 9시에 개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한 전문가가 주장했다.
극한 온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포츠머스대학교의 마이크 팁턴 교수는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회 기간 중 폭염 발생 시 축구 행정 기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팁턴 교수는 많은 이들이 느꼈듯 이번 미국 클럽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처했던 가혹한 날씨 조건에 주목했고, 이는 내년 같은 시기에 같은 국가에서 개최될 FIFA의 최대 행사(2026 월드컵)가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지난주 북미 동부 지역을 강타한 올여름 첫 번째 대규모 폭염으로 인해 수십 명이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4일 뉴욕에서는 기온이 39도까지 치솟아 6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 바로 인근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월드컵 결승전을 포함해 총 8경기가 예정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대부분의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이 경기장 역시 지붕이 없으며 관중석에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매우 제한적이다.
모든 경기의 구체적인 킥오프 시간은 오는 12월 조 추첨 이후 공개될 예정이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BBC 스포츠에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현지시간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6시, 오후 9시에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유럽 시청자층과 방송사, 광고주, 스폰서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일정이다.
팁턴 교수는 2016년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에서 더위로 인해 쓰러진 트라이애슬론 선수 조니 브라운리 등 영국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협력한 바 있다. 그는 최근 10일 동안 나타난 수준의 폭염이 재현된다면, 월드컵 결승전이라 하더라도 경기를 아침 시간대로 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나 같으면 냉방 시설과 지붕이 갖춰진 경기장으로 장소를 바꾸거나, 가급적 서늘한 계절로 옮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이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가능한 유일한 조치는 하루 중 가장 시원한 시간대에 경기를 치르는 것뿐이다. 생리학적·체온관리 관점에서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을 모두 고려하면, 가능한 한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게 좋다. 물론, 수만 명의 팬들을 아침 일찍 경기장에 입장시키는 물류적 어려움은 이해한다."
"건강 위험은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판과 관중들에게도 해당되는데, 대부분 선수들보다 훨씬 체력이 약하다. 모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경기를 중단하라'고 말하는 상황에서도 계속 진행한다면, 주최 측은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결국 경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FIFA는 경기 개최의 장소, 시기, 방식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한다. 경기를 전·후반이 아니라 4쿼터로 나누어 치르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
이러한 제안들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이번 클럽 월드컵을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라고 부르며 더욱 유연한 접근법을 촉구하고 있다.
Fifpro의 의료 책임자인 빈센트 구트바쥬 박사는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체온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 극심한 더위 속에서는 하프타임 휴식시간을 기존보다 늘어난 20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Fifpro의 정책 담당 이사 알렉산더 빌레펠트는 기후 문제가 "점점 더 큰 우려사항"이라며, 폭염으로 경기를 연기하는 것이 국내 리그보다 "약간 더 까다롭기는 하지만, 상업적 이익보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말했다.
FIFA의 현행 가이드라인은 온도와 습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WBGT가 32도를 넘어서면 전후반 중 의무적으로 짧은 ‘쿨링 브레이크(cooling break)’가 시행된다.
반면 Fifpro는 WBGT가 28도를 넘어서면 휴식시간을 도입하고, 32도를 초과하면 경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 치러진 파사데나의 PSG 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첼시 대 ES 튀니스 경기는 "더 시원한 시간대로 미뤄졌거나, 불가능하다면 일정 자체를 변경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Fifpro의 알렉스 필립스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FIFA가 대회가 시작된 이후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폭염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을 실제로 수정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만족한다."
"물론 미리 그랬다면 더 좋았겠지만, 추가 음료와 수건 등을 경기장 주변에 배치하는 조치를 취했다."
"언젠가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을 보호하기 위해 킥오프 시간을 늦추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임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그늘막 설치, 수분 공급, 냉각 등 많은 실용적인 조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그것조차 충분치 않을 것이다. 이는 상업적 이익과 관련해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논의이다."
올해 초 벨파스트 퀸스 대학의 연구진은 2026 월드컵에 사용될 16개 경기장 중 14개 경기장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수준의 온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마이애미와 몬테레이의 경기장은 냉방 시설이 없기 때문에 위험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댈러스와 휴스턴의 경기장은 냉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오후에 경기가 진행될 경우 여전히 관중에게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뉴욕을 포함해 캔자스시티, 보스턴, 필라델피아에서도 오후 경기 개최를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ifpro는 오후 시간에 킥오프가 예정된 캔자스시티, 마이애미, 몬테레이, 휴스턴, 댈러스, 애틀랜타 등 6개 경기장이 ‘열 스트레스 부상’에 대한 "극도로 높은 위험"을 지닌다고 밝혔으며, 샌프란시스코와 밴쿠버 단 두 곳만이 "낮은 위험"으로 평가됐다.
Fifpro가 FIFA에 내년 월드컵 킥오프 시간에 관한 권고를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립스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없다. 우리는 단지 비공식적인 압력을 행사할 뿐이다."
"상식적인 주장을 펼칠 것이다. 예컨대 MLS(메이저리그 사커)는 플로리다에서 몇 년 동안 낮 12시에 경기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내년 월드컵은 이전 어느 월드컵보다 많은 104경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FIFA는 일정 조정 및 경기 연기에 있어 그 여지가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1994년 월드컵의 교훈들
미국에서 극도의 고온 속에 경기를 치르는 것의 위험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2017년에는 휴스턴에서 열린 미국 여자 축구리그(NWSL) 경기 도중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레이철 데일리가 쓰러져 병원에서 열사병 치료를 받았고, 지난해 열린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과테말라 출신 부심 움베르토 판호이가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경기 중 필드 위에서 쓰러져 교체되기도 했다.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도 무더위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였다. 지난주 첼시의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필라델피아에서 내려진 심각한 ‘코드 레드’ 경고 상황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습도 45% 속에서 기온이 37도였으며, 체감온도는 45도까지 치솟았다.
한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교체 선수들은 신시내티에서 열린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경기 전반전을 라커룸에서 시청해야 했으며, 니코 코바치 감독은 당시의 환경을 "사우나와 같다"고 비유했다.
이러한 극심한 환경을 직접 경험한 또 다른 인물은 전 아일랜드 국가대표 골키퍼 패키 보너다. 그는 1994년 올랜도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섭씨 41도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 뛰었고, 이 경기는 지금도 그 악명 높은 폭염으로 회자되고 있다.
보너는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믿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경기는 정오에 시작됐고, 우리는 전혀 감당할 수 없었다. 우리는 원래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팀이었는데, 그런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더구나 선수들의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머릿속이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보너는 내년 미국 월드컵의 상황 또한 "폭염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1994년 당시 FIFA가 터치라인에서만 물을 공급하도록 허용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경기 중 그라운드 위에서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는 지금 선수들이 누리는 여러 혜택이 없었다. 요즘 선수들은 더위에 조금 더 익숙해져 있으며, 충분한 수분 공급만 이루어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가 위험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내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더위는 어느 정도일까?
BBC 수석 기상예보관인 사이먼 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월드컵은 1994년 미국 대회였는데, 당시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38도를 넘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여름에는 정기적으로 40~45도에 이르는 기온 탓에 결국 겨울로 옮겨졌다. 최근 미국 폭염의 기온은 30도대 중후반이었지만, 뉴욕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습도를 고려한 체감 온도(열 지수)가 50도 이상이었다."
"기후 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극한 더위가 미래에 더욱 빈번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2023년 6월, 텍사스와 플로리다, 멕시코에서 몇 주간 지속된 극단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멕시코 몬테레이의 열 지수는 거의 50도였으며, 마이애미는 최고 44도에 달했다."
"내년 대회를 1년 앞둔 지금, 개최 도시들이 폭염을 겪을지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그러한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만약 실제로 발생한다면, 역사상 가장 더운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카타르 여름에 치르는 월드컵만큼 더울 거라 단정할 순 없지만, 만약 폭염이 발생하면 상당수의 경기가 그에 버금가는 더위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IFA의 입장은?
FIFA는 성명을 통해 축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 "최우선 사항"이라고 밝히며, 의학 전문가들이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팀들에게 더위 관리 및 적응 방법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예방적인 방안"에는 전후반 각각 30분 및 75분에 실시되는 쿨링 브레이크, 최대 5명 교체 투입 허용, 연장전 시 추가 교체 허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내년 월드컵에서도 모든 팀이 최소 3일간의 휴식일을 제공받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관중들에 대해서는 "최대 1리터 용량의 빈 투명 재사용 플라스틱 병 반입을 허용하며, 개최 도시 당국들은 경기장 내 수분 섭취 안내 방송, 냉방 버스 및 급수대 설치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티켓 소지자 전원에게 '더위 극복 요령'이 안내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FIFA는 최근 화석연료 산업과의 긴밀한 관계로 비판을 받고 있으며, 2026 월드컵을 역대 최대 규모인 48개 팀으로 확대하면서 일부 환경 운동가들로부터 기후 변화에 오히려 기여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FIFA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 '제로(net-zero)' 달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극한 더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30년 월드컵 대회 대부분의 경기가 열릴 스페인은 현재 자체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폭풍으로 인한 경기 지연
내년 월드컵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더위만이 아니다.
일요일, 첼시의 마레스카 감독은 샬럿에서 열린 벤피카와의 클럽 월드컵 16강전 경기가 악천후로 인해 두 시간 지연된 것에 대해 "농담 같은 일"이라고 불만을 표하며, 미국이 주요 국제대회를 개최하기에는 "적절한 장소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는 미국의 안전 규정에 따라 여름철 폭풍우로 인해 경기가 지연된 사례가 총 6경기에 달했다. 이는 내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으며, 선수와 팬, 방송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다.
흥미롭게도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에는 폭풍우 경고로 경기가 지연된 사례가 전혀 없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지난 20년간 예측 기술의 발전과 표준화된 안전 규정 덕분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날씨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상 예보관 킹은 "기후 변화로 인해 더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수분과 에너지를 보유하게 되며, 그로 인해 극단적인 폭풍우와 같은 기상 현상도 잦아질 것"이라며 "연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번개의 빈도가 12%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유럽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경기 지연이 내년 월드컵에서는 상당히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주 MLS 경기인 콜럼버스-필라델피아전, 콜로라도-LA전, 댈러스-산호세전 등 여러 경기가 최대 2시간씩 폭풍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FIFA는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 6번의 경기 중단 사례 중 월드컵 개최 도시에서 벌어진 것은 뉴욕 외곽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단 한 경기뿐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한편, 최근 몇 주간 미국에서 함께 개최되고 있는 CONCACAF 골드컵은 아직까지 악천후로 인한 지연 사례가 없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이 대회의 개최 경기장 7곳이 지붕이 설치된 곳이라는 사실이다.
2026 월드컵에서 사용될 경기장 중 지붕이 설치된 곳은 단 5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FIFA의 경기장 선정과 킥오프 시간 결정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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