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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슬레틱] 그릴리시가 에버튼에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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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석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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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디 애슬레틱] 그릴리시가 에버튼에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이유

 

잭 그릴리시는 그동안 A매치 기간에 잠시 휴식을 갖는 데 익숙해 있었다.

 

 

 

오늘로 서른 살을 맞은 그릴리시는 지난해 이맘때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지만, 프리미어리그 개막 2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을 이어간다면 다가오는 10 A매치에선 토마스 투헬 감독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시즌 초반이라 성급한 수치 분석은 이르지만, 그릴리시는 에버튼에서 이미 4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두 시즌 프리미어리그 합계보다 2배 많은 수치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아래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버햄튼전 승리 후 모예스 감독은 이건 내 공이 아니다. 전부 잭이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가짐 덕분이다라며 잭이 우리에게 주는 건 어떤 경계선 위에 있는 것이다. 그게 창의성의 경계이길, 어쩌면 골을 넣는 경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움 기록만으로 선수의 창의성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릴리시의 놀라운 출발이 단순한 시즌 초반의 통계적 착시일까? 아니면 아스톤 빌라 시절처럼 자유롭게 뛰며 번뜩였던 그 시절의 모습이 돌아온 것일까?

 

 

 

아마 답은 흔히 거론되는 서사보다 조금 더 복합적일 것이다. 디 애슬레틱이 그 이유를 짚어본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그릴리시가 에버튼에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이유

 

먼저 최근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그릴리시가 보여준 넓은 의미의 창의성을 다시 짚어보자.

 

 

 

여기서는 경기당 90분 기준 기대 도움(xA)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선수의 패스가 연결된 슛이 골이 될 확률을 기반으로 한 지표로, 동료를 위한 창출 능력을 보여준다.

 

 

 

아래에서 볼 수 있듯, 그릴리시의 xA(빨간 점)는 실제 도움 수치(파란 점)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이는 맨체스터 시티 시절 그가 만들어낸 기회의 질을 감안할 때, 실제 도움 기록에서는 통계적 변수가 다소 불운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그릴리시는 시티에서 생각 이상으로 창의적이었다
2019-20
시즌 이후 90분당 도움(파란색)과 기대 도움(xA)(빨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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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리시는 시티에서 4시즌 중 3시즌 동안 기대 도움 수치보다 실제 도움 수치가 낮았다

 

 

이는 시티 초반 팬들이 아스톤 빌라 시절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든 도움 수를 비판하던 시점에, 그릴리시 본인도 인지했던 흐름이었다.

 

 

 

그릴리시는 2022 BBC 인터뷰에서 감독님과 시티 분석팀과 함께 앉아 공격수라면 보고 싶어 하는 지표들을 보여줬다. 골이나 도움은 아니지만, 기대 도움 같은 것이다. 이는 내가 완벽한 패스를 내줬음에도 동료가 마무리를 못했을 때 나오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900분 이상 뛴 선수 중, 그릴리시의 오픈플레이 기대 도움은 90분당 리그 5위였다. 그러나 실제 도움은 69위에 그쳤다.

 

 

 

2025-26시즌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에버튼 유니폼을 입고 도움 수치가 극적으로 반등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통계적 과잉 성과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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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리시의 활약을 둘러싼 논쟁의 또 다른 절반은 그의 새 클럽에서의 전술적 역할이다. 족쇄가 풀린 것일까? 해방된 것일까? 마침내 자유를 얻은 것일까?

 

 

 

어느 정도는 맞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갑자기 그릴리시가 하고 싶은 대로 뛰라는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예스와 펩 과르디올라 사이의 상반된 스타일과 철학을 보여준다.

 

 

 

과르디올라의 방식은 경기장을 좁히고 포지션적인 원칙을 활용해 상대를 수비 진영 깊숙이 묶어두는 것이다. 뒷공간을 내주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공간을 공략하는 동시에 역습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라는 주문을 선수들에게 내린다.

 

 

 

시티에서 그릴리시가 겪은 문제는,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줄 지원 움직임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래 아스톤 빌라전 장면에서는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공 뒤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 고립된 그릴리시는 빌라 수비 두 명에게 막혔다.

 

 

 

선택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거의 없어, 볼 점유를 유지하려면 가장 좋은 패스는 뒤로 내주는 것이었고, 빌라의 수비는 위협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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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맨체스터 시티가 추구하는 통제 방식이다. 지난 12개월간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기본 개념은 점유를 수비 전술로 활용해 상대를 최대한 멀리 밀어내는 것이다. 위 장면은 그릴리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한 듯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감독이 요구한 전술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아래 장면도 2023-24시즌 아스톤 빌라전이다. 다시금 그릴리시가 두 명에게 막히지만, 이번에는 시티의 전술적 세팅이 빌라의 수비 라인을 측면으로 끌어내 공간을 만드는 의도였다.

 

 

 

그릴리시가 로드리에게 볼을 내주자, 빌라는 한쪽으로 쏠렸고, 로드리는 대각 패스를 통해 반대편 측면의 제레미 도쿠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플레이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릴리시는 전술적 지시에 맞게 정확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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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모예스의 통제 방식은 공을 갖지 않는 데 더 무게가 실린다.

 

 

 

브라이튼과의 홈 데뷔전 장면에서 볼 수 있듯, 그릴리시는 수비 시 중원 라인에 내려와 4-4-2 미드블록의 컴팩트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 상황에서 에버튼이 공을 탈환하면, 전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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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시절 그릴리시는 압박을 풀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볼을 지키고, 상대를 끌어내며, 점유를 이어가거나 수없이 많은 반칙을 얻어냈다.

 

 

 

그러나 에버튼에서는 완전히 다른 임무를 맡고 있다. 이제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흐름을 흔드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는 과르디올라의 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다.

 

 

 

에버튼에서도 그릴리시는 왼쪽 측면에서 자리잡고 공격을 전개한다. 울버햄튼전 장면처럼 볼을 받을 때 다시금 두 명의 수비에 막히는 상황은 시티 시절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위험을 동반한다.

 

 

 

그릴리시는 간단히 키어넌 듀스버리-홀에게 공을 내줬다가 다시 뒷공간으로 침투해 패스를 받아내며, 좁은 각도에서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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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회를 만들거나 슈팅하지 않을 때도, 그릴리시는 반칙을 끌어내는 자석과 같다. 2019-20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485차례의 반칙을 당한 선수가 바로 그릴리시다.

 

 

 

이는 에버튼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를 더욱 강화한다. 지난 시즌 에버튼은 세트피스 100개당 5.9골로 리그 최고의 효율을 기록했다수비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다. 거리를 두면 그릴리시가 위협할 수 있고, 바짝 붙으면 세트피스 상황을 허용하는 위험에 빠진다.

 

 

디 애슬레틱이 여름에 보도했듯, 그릴리시는 원래 전환 상황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팀에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지금 선수와 클럽의 조합이 시즌 초반부터 성공을 거두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임대 이적 직후 곧바로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그릴리시 자신조차 지금처럼 완벽한 출발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610500/2025/09/10/jack-grealish-fast-start-everton-car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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